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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5. 2023

<플레인> 리뷰

무더기에서 무사히 이륙


<플레인>

(Plane)

★★★


 2020년 <비독: 파리의 황제>를 내놓았던 장 프랑소와 리셰 감독이 할리우드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영화, <플레인>입니다. 제라드 버틀러를 주인공으로 마이크 콜터, 요손 안, 토니 골드윈, 에반 데인 테일러 등이 이름을 올렸죠. 제작비 2500만 달러를 들여 전 세계 흥행 수익 5100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3월 15일인 국내 개봉일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라 사실상 수익 집계는 마무리 수순입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던 어느 날, 기장 브로디 토렌스는 날씨가 좋지 않음에도 항로를 변경해 주지 않은 윗선의 결정에 투덜대며 이륙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운행 중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 정체모를 섬에 불시착하게 되죠. 기적적으로 착륙했다는 기쁨도 잠시, 비행기를 탈취하려는 무장 단체가 거리를 좁혀옵니다. 탑승객 중 가장 피해야 할 살인범 가스파레와 손잡은 토렌스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죠.


 얼핏 보면 리암 니슨이 주인공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어쩌면 리암 니슨이 주인공으로 나와야 이상하지 않을(!) 영화처럼 보입니다. 추락한 항공기에서 현지 무장 단체의 습격까지 저지해야 하는 기장의 이야기라는 것도, 그리고 그런 영화의 제목이 <비행기>라는 것도 일말의 개성이란 없어 보이죠. 감독도 배우도 자신의 최대 잠재력을 발휘할 프로젝트는 아닌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현지 극장에서 개봉되는 영화, 극장 없이 스트리밍이나 2차 시장에 바로 풀리는 영화까지 합치면 일 년에 수십 수백 편이 만들어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줄거리죠. 그럼에도 계속해서 시도되는 이유라고 한다면, 희박한 확률로 평균 이상의 작품이 어쩌다 한 번씩 나오기 때문입니다. 들이는 돈도 노력도 크지 않기에 한 번만 터지면 지금까지의 노력들을 보상받고도 남는 사례가 생기죠.


 보통 그런 영화들은 자연스레 시리즈가 됩니다. 최근 들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면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이 있겠죠. 충무로엔 마동석의 <범죄도시>가 있겠습니다. 1편을 보기 전만 해도 맨날 어디서 본 액션 영화를 상상하지만, 막상 보다 보면 그래도 의외로 나쁘지 않은 만듦새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놀랍게도(?) 이번 <플레인> 또한 그 범주의 하한선을 넘는 데 성공하구요.



 줄거리는 예상 그대로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브로디 토렌스는 다혈질이지만 정의감 하나는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자기 하나쯤은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죠. 삶의 이유라고 불러도 좋을 예쁜 딸도 있습니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갖춰야 할 준비물(!)들을 안과 밖으로 빠지지 않고 챙긴 인물이죠.


 내 승객들이니 내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했습니다. 항공사에서 여생 동안 연금 주면서 광고 모델로 써도 될 희생정신이죠. 오지에 떨어졌음에도 놀라운 상황 판단력과 배경 지식으로 통신을 복구시키거나 전투에 나서는 등 현장 능력도 일품입니다. 모두가 기피하는 살인범의 내면을 꿰뚫어보고 적절한 순간에 동료로 활용하며 함께 전진하죠.



 이것이 바로 '평균 이상'을 만드는 지점입니다. 군더더기없는 재료들로 욕심내지 않습니다. 브로디 토렌스는 모범적이지 비현실적이지는 않습니다. 액션 영화라고 하기엔 맨몸 격투나 총격전도 드문데, 오히려 그 덕에 소위 말하는 액션 영화들의 뻥을 최소화할 수 있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일관성으로 밀고 나갑니다.


 주인공의 바로 곁에 존재하는 동료와 악역, 그리고 멀리서나마 전개를 돕는 지원 팀이나 승객 등 많지 않지만 알찬 구성으로 승부합니다. 괜히 나대면서 물을 흐리는 민폐 승객, 그토록 잔악무도하다던 악당의 멍청한 판단 등 쓸데없는 시간낭비나 감정 소모로 러닝타임을 때우지도 않죠. 잠깐 가지를 뻗치는 경우는 있어도 그것이 양분을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다시 줄기로 돌아옵니다.



 한 편의 깔끔한 장르 영화로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루는 사건의 규모가 작아서 TV 시리즈에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를 표현할 CG나 볼거리는 영화계의 자본을 필요로 하기에 제작 의의도 어느 정도 충족이 되었구요. 워낙 말끔하게 끝이 나기도 했고 흥행 수익도 애매한 편이라 시리즈로 확대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최소한 107분을 후회하지는 않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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