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어락> 리뷰

익숙하지 못해 낯설어져 버린

by 킴지
movie_image.jpg?type=w773


<도어락>
★★★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밴드>, 단편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등 꽃미남 사랑(?)을 여실히 드러내 온 이권 감독의 신작 <도어락>입니다. 장편 영화로는 2014년 강예원과 송새벽이 출연했던 <내 연애의 기억> 이후 4년만이네요. 이번엔 공효진, 김예원, 김성오, 조복래, 이천희와 함께했습니다. 원작으로 두고 있는 영화가 있지만, 각색이 크게 되면서 원작 줄거리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었기에 여기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movie_image2.jpg?type=w773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 퇴근 후 집에 돌아온 경민은 원룸의 도어락 덮개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그날 밤 집 안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 들어오려 하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후 경민의 방에서 낯선 사람의 흔적과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까지 발생하죠. 그렇게 경민은 직접 사건의 실체를 쫓기로 결심합니다.

잘 빠진 공포나 스릴러는 일상 속의 익숙한 무언가에서 출발하곤 합니다. 닫힌 옷장, 침대 아래, 거울 속, TV 안(?) 등 누구나 함께하고 또 떨어뜨려 놓을 수 없기에 더욱 근원적이죠. 최근 스릴러들 중에서는 <숨바꼭질>이 여러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렸구요. <도어락>은 제목으로 보나 포스터로 보나, 예고편으로 보나 그 후계자를 자처하는 영화였습니다.

<도어락>은 오롯이 나의 공간이어야만 하는 집의 익숙함을 뒤틉니다. 그리고 거기에 '혼자 사는 여성'의 불안 코드를 더합니다. 모르는 사람과 같이 엘리베이터에 타면 괜시리 불안하고, 현관에 남자 신발 하나는 갖다 놓아야 마음이 편합니다. 디테일에도 신경을 쓴 티가 납니다. 주인공의 상황과 처지, 감정에 이입할 여지가 꽤 많습니다. '평범하고 일반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려 전반부 내내 노력합니다.


movie_image_%282%29.jpg?type=w773


흐름은 꽤 안정적입니다. 교과서적인 장면, 예상을 뒤집는 전개도 쏠쏠히 나옵니다. 그런데 공효진의 경민이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도어락'이라는 소재의 효용이 떨어지는 순간 영화는 급격하게 표류하기 시작합니다. 잠깐만 따져 보아도 설득이 되지 않는 전개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경찰의 비협조는 불충분한 증거 탓임이 분명히 나왔는데, 막상 증거를 확보한 이후엔 '경찰은 귀찮아하니까'라는 결과만 기억하고는 직접 사건을 해결하러 떠납니다. 어딘가 이상하기 시작합니다.

본인이 은행 직원이라는 점을 이용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카드 내역서를 아무렇지도 않게 뽑습니다. 의심되는 사람들의 집 도어락 수십 개를 다 눌러 보더니 심지어 안에 들어가기까지 합니다. 목적을 위한 수단의 정당화가 따로 없습니다. 형사에게 상식을 운운하며 일침을 가하던 사람의 기준치고는 꽤나 유연합니다.

범인, 범행 현장과 수법이 공개되며 줄거리가 급격히 전환됩니다. 15세 관람가라는 것이 도통 믿기지 않는 몇몇 장면이 지나가고 나면 (다소 흔한) 불사신 사이코패스와 홀로 맞서는 주인공의 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범인은 연쇄 살인 사건과 나름의 반전이 들어간 여느 영화들이 즐겨 찾는 양산형 캐릭터에 불과합니다. 정체가 밝혀지고 나면 초반부 원룸 장면들의 개연성도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납니다.


movie_image_%281%29.jpg?type=w773


영화의 초반부를 열심히 할애해 확립해 둔 매력을 통째로 덜어냅니다. 영화의 무대가 원룸을, 경민의 행적이 상식을 벗어나며 개성을 잃어버립니다. 공간은 더 이상 익숙하지 않고, 인물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습니다. 어느새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여느 스릴러라면 일반적인 전개였겠지만, <도어락>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해쳤습니다.

keyword
킴지 영화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297
작가의 이전글<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