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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리뷰

멋진 신세계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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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로도 모자랐던 스파이더맨이 이번엔 여섯 명이 되었습니다. 코믹스의 영역으로 치부되었던 '스파이더버스'를 본격적으로 꺼내놓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죠. 소니픽쳐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맡았고, 여러 애니메이션의 제작진을 겸하던 세 명이 동시에 감독란에 이름을 올렸네요. 크리스 파인, 니콜라스 케이지, 헤일리 스테인펠드, 조 크라비츠, 제이크 존슨 등 성우진도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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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10대 마일스 모랄레스는 우연히 방사능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혼란스러워하던 마일스는 그린 고블린과 싸우던 피터 파커를 마주치게 되고, 피터는 마일스가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직감하죠. 이후 그들은 여러 개의 평행 세계에서 넘어 온 네 명의 스파이더맨 능력자들과 마주하고, 악당 킹핀의 음모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읍니다.

세월을 거듭하며 스파이더맨의 팬은 여러 갈래로 쪼개졌습니다. 영화와 원작 팬으로 나뉘고, 배우에 따라 각기 다른 스파이더맨의 팬으로도 나뉩니다. 이번 <뉴 유니버스>는 대담하게도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에게 조금의 애정이라도 가졌던 사람들을 모두 포섭합니다. 인종, 성별, 시대, 종족(?)마저도 나뉘는 우리의 주인공들은 스파이더맨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의 출발점입니다.

종합선물세트. 아마 <뉴 유니버스>를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은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프닝부터 그림을, 작화를 감상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코믹스 팬들을 위해 잉크의 질감까지 살렸고, 영화 팬들을 위해 영화의 설정들을 잠시 빌려옵니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접했건 무관합니다. 스파이더맨을 알고 있기만 하다면 <뉴 유니버스>를 즐길 준비가 끝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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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 없이 흘러가는 화면만 보고 있어도 정말 세세한 곳까지 공을 들였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순전히 시각적인 즐거움만으로 완성도의 대부분을 가져갑니다. 문자 그대로 다채롭습니다. 실사 영화라면 불가능했을, 애니메이션만의 연출적 이점을 한껏 즐깁니다. 거기에 스파이더맨만이 해낼 수 있는 장면 구성으로 볼거리를 더합니다. 빌딩에서 뛰어내린 마일스를 거꾸로 보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수많은 캐릭터들도 그림체부터 말투까지의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으로 승부합니다. 여섯 명의 스파이더맨은 분명 모두 같은 능력임에도 자기만의 분명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작이나 마블 캐릭터들을 몰라도 무관하고, 알면 더욱 반갑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캐릭터들이 프레임을 정신없이 오가지만, 화면이 내뿜는 에너지는 곧 영화의 에너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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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소년의 성장과 영웅의 기원을 다룬 여느 영화들의 뒤를 따릅니다. 단순하고 모범적입니다. 하지만 <뉴 유니버스>의 영상은 새로운 차원의 볼거리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 시각적 신선함은 상당히 드문 가치가 되었죠. 하지만 스파이더맨이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이렇게 스파이더맨이 마블의 품에 완전히 돌아가기는 다시 한 번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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