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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치> 리뷰

핵인싸식 아싸 체험기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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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치>

(The Grinch)

★★★


서구권에서는 <나홀로 집에>, <크리스마스 스토리 라이브>, <호두까기 인형> 등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돌아오는 멤버들이 있습니다. 닥터 수스의 <그린치> 역시 그 중 하나죠.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2000년엔 짐 캐리를 주인공으로 한 실사영화가 제작되었고, 이번 크리스마스엔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습니다. 목소리 연기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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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로 무장한 초록의 그린치는 여느 날처럼 산 꼭대기에서 혼자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생필품이 바닥나 오랜만에 마을로 향하고,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죠. 1년 중 제일 불행한 날인 크리스마스에 자기 빼고 다 신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린치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에 이릅니다. 사람들에게서 크리스마스를 훔쳐 버리겠다는 계획이었죠.


닥터 수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은 2008년 블루스카이에서 내놓은 <호튼>이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캐릭터들은 동글동글한 얼굴에 긴 인중이 특징이죠. 단순하고 착한 마을 주민들을 주조연으로, 조금은 특별한 주인공이 겪는 모험을 다루곤 합니다. <그린치>는 2012년 <로렉스>에 이어 일루미네이션이 두 번째로 내놓은 닥터 수스 원작 영화구요.


<그린치>마저도 스튜디오 특성상 귀여움이 한껏 배가되었습니다. 공포영화에 가까웠던(!) 짐 캐리의 그린치에 비하면 이번 그린치는 사랑스럽기까지 하죠. 거기에 충견 맥스와 루돌프 지망생 프레드, 희망찬 신디 루 등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눈에서 하트가 뿅뿅 떨어지는 순간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미니언즈>를 내놓은 곳답게 대부분의 웃음은 슬랩스틱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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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치라는 캐릭터는 세상과 담을 쌓은 누군가가 크리스마스의 사랑과 인류애 덕에 밖으로 다시 나오게 된다는 데에서 존재 의의를 갖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보편적인 온정을 하나의 캐릭터와 이야기에 압축해 놓은 것이죠. 하지만 일루미네이션은 으레 그랬듯 메시지의 전달 방식엔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예전에 먹혔던 방식대로 캐릭터의 표면적인 매력을 전면에 내세울 뿐이죠.


때문에 이번 그린치는 그린치보다도 차라리 <슈퍼배드> 시리즈의 그루에 가깝습니다. 막상 마을에서 하는 짓을 보면 딱히 사람을 아주 싫어하는 것 같지도 않고, 뼛속까지 못돼먹은 것 같지도 않죠.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씩이나 되는 원초적인 것을 들이대기엔 지금도 다분히 인간적(?)입니다. 캐릭터를 재해석한 결과라기보다는 애초에 큰 고민 없이 접근했다고 보는 쪽이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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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루미네이션 영화입니다. 캐릭터와 각본의 깊이보다는 순간적인 웃음과 귀여움에 치중했죠. 물론 이 쪽도 효과적입니다. 희대의 천재 강아지 맥스, 신디 루와 친구들의 활약은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전체 관람가 가족 애니메이션의 모범입니다. 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의지와 능력 중 어느 것이 없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당분간은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어 보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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