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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an 08. 2019

<데드풀 2: 순한 맛> 리뷰

순하다 못해 밍밍


<데드풀 2: 순한 맛>

(Once Upon a Deadpool)

★★☆


 <데드풀 2>가 돌아왔습니다. 확장판, 감독판, 영어로 하면 무슨 컷 무슨 컷 등 다양한 종류들 가운데 웬 <순한 맛>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무려 가족영화를 지향하는 <데드풀 2>가 나온 것이죠. 애초에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딱지 덕분에 존재가 가능했던 시리즈가 스스로 관람등급을 낮추다니, 호기심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줄거리는 <데드풀 2>와 동일합니다. 연인을 잃고 실의에 빠진 데드풀이 시간을 넘어 온 악당 케이블과 맞서며 가족과 동료의 의미를 깨닫게 되죠. 전편에 등장했던 콜로서스,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 도핀더, 위즐에 더해 케이블, 도미노, 파이어피스트라는 캐릭터가 새로 합류했습니다. 줄거리가 동일하다는 말도 과장된 것이, <순한 맛>은 단순히 2편을 재편집하고 몇몇 장면을 추가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몇몇 장면이란 본토에서 잘 나가는 코미디 배우인 프레드 새비지를 섭외해 침대에 묶어놓은(...) 컷들이죠. <순한 맛>은 데드풀이 프레드 새비지를 묶어놓고 <데드풀 2>라는 책을 읽어 준다는 설정입니다. 잔인한 장면과 욕설이 편집된 본편이 흘러가고, 중간중간 잊어버릴 즈음에 둘의 대화가 튀어나오는 식이죠. 물론 스크린 속과 현실 세계를 마음대로 오가는 데드풀이기에 가능한 그림입니다.



 그렇다면 <순한 맛>이 정확히 어떤 관객층을 타겟으로 했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단순하게는 아쉽게도 <데드풀 2>를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한 미성년자 관객들을 위한 처사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블루레이 발매까지 진작에 끝난 지금 시점이라면 알아서들(...) 감상했을 가능성이 높겠죠. 게다가 데드풀 시리즈의 큰 존재 의의 중 하나인 유혈 액션이 빠진 버전으로 <데드풀 2>를 처음 접하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아마 <순한 맛>을 보러 극장까지 오는 관객들은 <데드풀 2>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관람한 사람들 중, 극장 개봉까지 하는 다른 버전이 있다고 하니 궁금해서 오게 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애석하게도 <순한 맛>은 얼마 되지 않는 프레드 새비지의 분량을 제외하면 별다른 선물을 준비해 두지 않았습니다. 몇 마디 되지 않는 새 농담을 듣자고 팥 없는 찐빵을 우걱우걱 먹기엔 영 퍽퍽합니다.


 심지어 <데드풀 2>는 블루레이와 VOD를 비롯한 2차 시장 진출 당시 <수퍼 두퍼 컷(Super Duper Cut)>이라는 확장판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순한 맛>까지 얹은 처사는 데드풀의 4차원적인 특징으로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걷어 보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2편의 제작비는 1편의 딱 두 배였음에도 최종 수익은 4천만 달러 정도 모자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비용 고효율의 카드가 눈 앞에서 아른거렸던 모양입니다.



 프레드 새비지가 등장하는 장면의 앞뒤 상황만 살짝 잘라서 쭈욱 이어붙여도 15분이나 되려나 싶습니다. 차라리 <로건> 개봉 당시 나왔던 공중전화 박스 예고편처럼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웹상에 공개했다면 반응이 훨씬 좋았을 겁니다. 1편에서 2편으로 넘어오며 데드풀의 입담이 신선도를 의외로 빠르게 잃어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순한 맛>은 거기에 불필요한 박차를 가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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