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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리뷰

욕심과 맞바꾼 줏대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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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


2011년 첫 장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오돌또기의 신작 <언더독>입니다. 작년 7월 제 22회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예매 당시 무려 9초만에 매진되며 영화제 최고기록을 세운 바 있죠. 최소한 가을까지는 만나볼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무려 반 년을 더 기다린 2019년 1월에서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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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버림받아 하루아침에 운명이 바뀐 강아지 뭉치는 우연히 떠돌이 생활의 고참 짱아 일당을 만납니다. 매정한 현실에도 어느새 슬슬 적응을 해 가려던 찰나, 철거 예정지에 꾸려져 있던 그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죠. 이에 뭉치와 친구들은 인간을 피해 산에서 살던 들개들과 함께 누군가 예전에 보았다는 '개들을 위한 낙원'으로 무작정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강아지들의 희망찬 모험을 표방하며 그 아래엔 사회적 시선들을 녹여냈습니다. 이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이유도,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멀리 떠나야만 하는 이유도 오로지 인간의 욕심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인간을 향한 일말의 애정을 끝내 잃지 않습니다. 좌절 대신 희망과 믿음으로 새로이 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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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동력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의 조화 대신 인간이 문제라는 단 하나의 생각만으로 각본을 움직이려 하는 탓입니다. 주인공들이 다른 장소로 나아가거나 크고 작은 문제를 겪게 되는 등, 기승전결을 진행시키는 데엔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의 부정적인 개입이 끼어듭니다. 때문에 쉽게 피로해집니다. 어두운 현실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끌고 들어오며 영화의 톤을 애써 검게 만듭니다.


언급한 유기견이나 강아지 공장 등 커다란 소재를 세부적으로 쪼개 사용하는 대신 로드킬과 철거 등 다른 결의 문제들까지 모두 끌어옵니다. 영화를 크게 관통하는 한 방이 없기에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결국 주인공 일행은 과장되게 불행하거나 과장되게 운이 좋은 경우라고밖에 볼 수 없게 됩니다. 꺼내놓는 소재들의 신선도와 활용 방식 모두 대부분 예측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는 영화가 가져가야 할 짐입니다. 캐릭터와 각본의 힘으로 흥미를 자극하고 이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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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은 그마저 실패합니다. 주인공 뭉치는 밤이나 짱아보다도 주체적이지 못한 캐릭터입니다. 머리나 가슴보다는 오로지 선천적으로 크게 갖고 태어난 몸과 힘에 의존하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쉽게 말해 뭉치는 다른 캐릭터들의 생각이나 결정, 목표를 빌려 그를 수월하게 하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정작 본인의 의지로 해내는 일들은 다른 캐릭터들이 수습해야 하는 사고일 뿐이죠.


영화의 분위기도 들쑥날쑥합니다. 이토록 현실적인 문제에 쫓겨 삶을 위협받는 강아지가 갑자기 특공무술을 구사하고 엄청난 지능으로 작전을 지휘합니다. 기껏 쌓아놓은 '현실 세계의' 무게가 한순간에 날아갑니다. 이처럼 <언더독>은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 쪽을 포기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양 쪽 모두를 취하고 자멸합니다. 어느 쪽을 원하는 관객도 끝내 완전히 만족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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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관객들이 '발본색원, 일망타진이죠!'라는 대사의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을지, 방금까지 귀엽고 깜찍하던 강아지들이 고라니를 잡아먹고 입이 벌게진 모습에 충격을 받지는 않을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언더독>을 포함, 근래 들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각 관객층이 즐거워할 만한 장면이나 소재를 다른 관객층 배려 없이 이어붙이기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영화들이 부쩍 많아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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