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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아이> 리뷰

아서 왕 꿈동산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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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아이>

(The Kid Who Would Be King)

★★★


간만에 깜찍한 영화가 하나 나왔습니다. 에드가 라이트 사단이라고 불러도 좋을 조 코니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왕이 될 아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 흥미를 두고 있지 않은 영화였지만, 아이들의 판타지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메인 악당에 무려 레베카 퍼거슨, 조연 목록에 패트릭 스튜어트를 올린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루이스 서키스는 성에서 눈치챌 수 있듯 바로 그 앤디 서키스의 아들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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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은 영웅이지만 현실은 존재감 제로인 소년 알렉스. 슬프게도 언제나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무리를 피해 도망가던 중, 웬 바위에 꽂힌 미스터리한 검을 발견합니다. 운명처럼 뽑아든 검은 알고 보니 전설 속 엑스칼리버였죠.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학교에 나타난 수상한 전학생은 알렉스가 고대의 마녀로부터 세상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그렇게 알렉스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영 하기 싫은 모험을 떠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엑스칼리버와 멀린, 그의 뒤를 따르는 충직한(?) 친구들까지. 보시다시피 <왕이 될 아이>는 아서 왕 전설을 어린이 판타지로 옮긴 작품입니다. 어릴 적 집을 떠난 아버지 탓에 항상 마음 속에 빈 자리를 갖고 살아가던 한 소년이 마침내 대단한 무언가로 거듭날 기회를 맞이하죠. 눈 앞엔 마침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었던 책 속 풍경이 펼쳐지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운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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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7번째 아들>, <타이탄> 등, 종종 제작비나 작품의 사전 기대치(...)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 수준이 의외로 뛰어난 영화들이 있습니다. 정작 그보다 훨씬 많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의 그래픽이 그보다 떨어지는 걸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죠. <왕이 될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언급한 영화들에 비하면 제작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판타지 세상을 구현하기엔 충분합니다.


어린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엔 이만한 영화가 없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가상의 괴물들을 떠올리며 모험의 주인공이 되곤 하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자극하죠. 세계 정복을 노리는 마녀의 군대가 반나절 훈련한 중학생들의 손에 나가떨어지지만, 전체 관람가 판타지 영화에게 걸 만한 트집치고는 조금 야박합니다(성인 관객들에겐 이 영화에 나오는 레베카 퍼거슨과 패트릭 스튜어트의 1분 1초가 더 신기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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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캐릭터만큼은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어린 주인공을 둔 영화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포함합니다. 그것이 영화의 주된 주제가 될 수도 있고, 모험의 부산물로 따라올 수도 있죠. 그 과정엔 조력자가 빠질 수 없습니다. 보통은 가장 친한 친구가 그 대상으로 낙점되곤 합니다. 주인공만큼이나 미숙하지만, 서로의 빈 자리를 채우며 우정이라는 실리까지 챙기기에 안성맞춤인 덕이죠.


하지만 <왕이 될 아이> 루이스의 절친인 베더스는 다릅니다. 루이스의 내면적인 갈등은 가족력에서 비롯됩니다. 모험 중 겪게 되는 동료들과의 갈등은 베더스보다 랜스와 케이 커플을 위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주인공들을 못살게 굴었던 아이들이 억지로 친구가 되었으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를 해결하는 건 모험 그 자체입니다. 베더스는 설 자리도, 각본상의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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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주인공의 성장과 모험을 일직선상에 놓는 영화들은 주인공의 일생을 모험의 구성 요소에 배치하곤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심리를 다룬 영화들은 더욱 그렇죠. 바깥 세상으로의 길목을 막고 있는 트라우마 내지는 장애물을 전설의 악당 자리에 배치하고, 그를 물리치며 환상 속 영웅이자 현실의 주인공으로 거듭납니다. <몬스터 콜>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까지, 작품의 유형을 가리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왕이 될 아이>는 거기까지 욕심을 낼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재료들은 모두 갖춘 상태입니다. 이쯤 되면 시도를 하려다가 어정쩡하게 실패한 뒤 사실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둘러대는 쪽이 맞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의도대로라면 아버지 이야기를 통째로 제외한 신나는 모험담이 되었어야 맞지만, 마녀도 물리쳤으니 이제 대강 두려울 것이 없어졌다며 퉁치는 모양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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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초면인 주인공 무리 중에서는 멀린 역 앵거스 임리의 톡톡 튀는 연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연극 무대 좀 밟아 보았을 듯한 뻔뻔함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있죠. 찾아보니 벤자민 휘틀로와 셀리아 임리의 엄청난 늦둥이로 밝혀졌습니다(37년생-52년생 부부의 94년생 아들입니다). 에드가 라이트부터 앤디 서키스와 셀리아 임리까지, 팔짱 끼고 흐뭇하게 관람할 사람들이 꽤나 많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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