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움직이는가?
처음 파쿠르 연습을 시작한 날이 생각난다. 2004년 겨울. 코치도, 아카데미도, 좋은 영상 강좌도 없었다. 파쿠르를 하고 있지만, 파쿠르가 무엇인지 몰랐다. 어딘가에 목적지가 있지만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는 길을 걷는 기분, 파쿠르를 하면 그런 기분이 들었다. 파쿠르 수련자들이 걸어간 길에는 먼저 앞서간 사람이 없었다. 모든 순간이 시행착오인 동시에 처음 내딛는 발걸음이었다.
쉽게 걸을 길이 아니었다. 길가던 사람들이 파쿠르하는 모습을 보고 도둑으로 신고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을 마주하면서, 마음 한켠에는 억울함과 말하지 못할 답답함이 켜켜이 쌓여갔다. 나는 파쿠르를 할 때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한데, 사람들은 왜 파쿠르를 이상하게 볼까? 언제부터 당연해졌을까, 나 같은 사람은 이상하다는 시선이?
오랜 시간이 흘러 깨달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파쿠르를 설명할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 나는 파쿠르에 대해 자신있게, 당당하게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마냥 자기만족을 위해 파쿠르 훈련을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보다 홀로 서기로 결심했다. 해외 파쿠르 자료와 영상을 열심히 퍼다 나르고, 어렵게 모은 돈으로 외국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힘들어도 웃으며 훈련했다. 훈련에서 배운 지식과 정보 그리고 트레이닝을 무엇 하나 바라지 않는 기쁜 마음으로 사람들과 함께 나눈 것은 지난 날의 어려움을 기억하니까.
정보가 넘친다. 유튜브에 좋은 영상강좌들이 많다. 파쿠르 체육관에서 훌륭한 코치들 밑에서 안전하게 배울 수 있다. 동호회 모임에 나가서 실력자와 함께 연습할 수도 있다. 전보다 풍족해지고 앞으로도 더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풍족해지는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건 즐거움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전히 파쿠르가 즐거워 움직였던 마음이다.
요즘 파쿠르를 시작하는 친구들로부터 종종 이런 질문들을 받는다.
"파쿠르 대회에서 1등하려면 어떻게 해야돼요?"
"파쿠르하면 돈 잘 버나요?"
파쿠르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유투브 영상 조회와 구독자 수를 높이기 위해, 유명해지기 위해 열심히 파쿠르를 해도 나쁠 건 없다. 다만 나를 움직이는 힘이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던 날이 눈에 밟힌다. 직업, 대회, 돈 같은 쓸모있는 것을 바라는 마음보다 오래가는 것은 즐거움, 행복, 모험처럼 쓸모를 따질 수 없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왜 움직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