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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Dec 22. 2023

위기 경영 속 배운 점들

위기를 이겨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요즘처럼 스타트업 생태계가 힘들었던 적은 없을 것 같다. 투자 시장은 얼어붙었고, 안타깝게도 부동산 시장도 힘들었다. 당연히 리모델링할 집이 줄었다. 그렇게 회사는 작년말 위기 경영을 선포했고, 그렇게 한 해가 흘렀다.


결과적으로 이겨내지 못했다. 감사하게도 브릿지 펀딩을 받아 한 고비를 넘겼지만, 생존을 위한 목표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탈한 인원도 많았고, 슬프게도 안녕을 고해야하는 인원도 많았다. 역대급으로 힘들었고, 그 과정에서 마음 깊숙히 다짐한 것들이 있다. 그걸 좀 적어보고자 한다. 


리더 팀은 위기를 이겨낼만큼 단단한가?


단단하다는 말보다 적합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돌파구를 찾는 팀. 구조조정 방안이나 쓸 데없는 비용 줄이는 것들보다 리더 팀을 단단하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결국 리더십이 흔들리면 그 어떤 것도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여기서 실패했다. 사실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도 이 점이 많이 부족했다. OKR과 같은 조직 관리론이나 전략이 해결해줄거라 믿었다. 안타깝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리더분들과 더 자주 소통하고 호흡해야 했다. 소수라도 상관없다. 마음을 공유하고 의기투합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사람이 전부다. 위기일 때 더욱 그러하다. 모두가 아니더라도 각 영역을 맡고 있는 리더들. 심지어 그 리더 전부가 아니라도 좋다. 소수라도 단단하게 뭉친 리더십. 그게 위기를 이겨낼 시작점이지 않을까 싶다.


선택과 집중을 했는가?


위기라는 사실을 선포하면, 불안한 누군가는 이탈한다. 또, 비용을 줄이기 위해 누군가를 내보내야 한다. 그럼 자연스럽게 5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다. 너나 할 것 없이 실무를 수행해야 일이 돌아간다. 하루를 무사히 이겨내기도 바쁘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만(3개도 많다) 선택하고 집중하지 못한게 가장 후회스럽다. 이것 저것 시도해봤지만, 하나라도 완벽히 해내지 못했다. 처참히 실패했다. 단 한가지라도 꽉 잡고 될 때까지 밀어붙여도 부족할 상황에, 자꾸 다른 시도를 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가뜩이나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디테일들이 살아있을 리가 없다. 다시 위기를 맞이한다면 가장 중요한 단 한가지 일에만 집중할 것이다. 그러려면 무언가를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선택과 집중. 해결책은 그 뿐이다.


인원 이탈이 너무 두렵고 무섭나?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결정을 하면, 무섭고 두려운 감정이 들 수 밖에 없다. 사직을 권고하는 과정이 괴로운 것도 있지만, 남아있는 인원이 또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게 너무나도 두렵다. 그들을 동기부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명분도, 에너지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조직 전체 관점에서 비용을 줄여야한다면 지금 당장 줄이는게 맞다. 뒤가 감당이 안될까봐 미루는 결정만큼 최악은 없다. 최악은 망해서 누구에게도 급여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면 바로 수행해야 한다.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는 어떻게든 운영된다. 대다수가 일이 늘었기에 힘들지만, 과거 비효율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의미 없이 해왔던 회의도 사라진다. 나름 최적화가 진행된다. 다시 말해 인원 이탈은 서비스만 놓고 본다면 더 좋은 측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겁먹을 필요 없다.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다고 마음 먹어야 한다.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분이 있다면 부디 과정 속에 느낀 점들을 써보길 권해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후회하는 포인트인데, 쓰다 보면 생각도 정리 되고 되새길 수 있다. 그래서 뛰어난 경영자들은 대부분 글을 쓰는게 아닐까 싶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신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지상에서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일을 하든 금하지 않겠노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 박경철 저자의 책  '자기 혁명'에서 발췌.


반드시 올해보다 내년이 힘들 것이다. 책임지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위기이기에 더 많은 리더십 챌린지를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만, 파우스트에 쓰여있듯,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 노력하며 방황하겠지만 주저앉지 않는 자세. 그렇게 치열하게 2024년을 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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