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기록의 쓸모, 이승희
2022년 12월, 블로그에 처음으로 기록을 남겼다. 치열하게 살았는데 남는게 없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렇게 2023년 한 해 동안 50개 정도 글을 썼다. 대부분 서평이다. 출퇴근 도합 2시간 지하철을 타며 책을 읽으니 글감이 모두 책 뿐이었다.
그렇게 기록을 해오다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브런치에도 도전했고, 운 좋게도 단번에 합격했다. 근데 뭘 쓰면 좋을지 고민이 더 깊어졌다. 이왕 쓰는거 누군가 도움이 됬음 좋겠는데, 그런 글감은 나에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답을 찾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남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언어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쓴다.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아서.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가,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글을 쓰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기록을 안하니 남는게 없다고 느꼈다고 한다. 마케터인 저자는 일을 잘하고 싶어 기록을 시작했고 나아가 기록에 대한 책까지 발간했다. 그런 저자에게 기록은 존재에 대한 이유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좀 더 거룩한 일이다.
책 내용 중 "그럼 일기를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대목이 나온다. 저자는 지금 시대를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누어 생각한다면, 생산자에 있고 싶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각이나 언어에 지배될 수 있다. 그러나 생산자는 컨텐츠(기록물)를 배포하며 자신을 정의내릴 수 있다. 나다워지는 방법인 것이다.
생각보다 글을 쓰다보면 내 생각과 다른 내용이나 구성을 쓸 때가 있다. 그렇게 완성된 글이 더 나다울 때가 있다. 기록을 하면서 내가 만들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 때 이상하게도 묘한 만족을 느낀다. 나다움을 찾는 과정이라는게 이런 건가 싶다. 그렇게 계속 기록하다보면 나도 나다움을 발견하지 않을까.
기록 체력을 기르는 법 ? 매일 하는 힘을 기른다는 점에서 습관들이기와 다를 바 없다. 매일 관찰하고 그에 대해 내 시각으로 적어보는 과정을 쉽게 하려면 내가 흥미를 느끼거나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책에 따르면, 좋아하면 기록할 수 있다. 근데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도 일이다. 저자는 그래도 "설령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찾지 못했다 해도, 찾고 모방하는 과정에서 서투르게나마 나만의 언어로 바꿔냈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 말한다.
그런 의미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며 글을 시작하는 건 좋은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무슨 장르든 좋아하는 장르가 하나라도 있을테니, 그 책을 우선 읽고 생각을 남기면 자연스레 취향이 생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니까.
나는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지만, 늘 그렇듯이 쉽지 않은 일이다.
위에서 말했듯, 저자에게 기록이란 나다움을 표현하는 일이다. 기록을 잘한다는 건, 나를 잘 표현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좋은 글은 좋은 '나'로 부터 나올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는게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개념이지만, 스치는 생각에 좋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좋은 글을 쓸 것이다.
누구나 처음은 서툴다. 많이 해봐야 발전하고 깊어진다. 기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다움'이 무엇인지 되내이며 기록하다보면, 글도 좋아지고 나라는 사람도 좋은 사람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기록의 쓸모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쓸모'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참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다. 모두 자기만 갖고 있는 무기를 갖고 글을 쓴다. 나도 글을 쓰며 그 무기를 찾곤 하는데, 이게 결국 '나의 쓸모' 를 찾는 과정이였다는 걸 배웠다. '나다움'은 평생 고민할 영역일 것이다. 부디 기록을 하면서 더 좋은 '나'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록'에 대해 고민이 있는 분이나, 동기부여가 필요한 분이라면 적극 권하고 싶은 책 "기록의 쓸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