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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Mar 22. 2024

스타트업에서 Specialist 와 Generalist

인사평가 면담을 하던 중, 맡은 일이 일관되지 않아 이대로는 제너럴리스트가 될까 두렵다는 팀원이 있었다. 개발자, 디자이너처럼 한 영역에 있으면 다 경력으로 인정되는데, 본인이 그렇지 못한 게 고민이라는 내용이였다. 그 면담 과정에서 내가 전달한 내용을 남겨볼까 한다.


화려한 경력보다는 내 진짜 이야기가 중요하다.


채용 과정은 소개팅과 비슷하다. 다 믿지도 않지만 다 의심하지도 않는다. 이 사람과 교제할만한(채용할만한) 몇가지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의미로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의 프레임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많은 면접을 진행해오면서 이력이 잘 관리된, 소위 스페셜리스트인 분들과도 많이 만났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 일이 어떤 맥락에서 진행되었는지, 본인이 기여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잘 대답을 못하는 분들이 꽤 많았다.


다양한 일을 했어도 어떤 이유로 했는지, 그게 회사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며 내가 어떤 점을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실패했다면 내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등등 내 진짜 이야기가 중요하다. 채용 담당자는 그 스토리에 공감한다. 쓰여있는 스택이 중요한게 아니다.


Connecting the dots.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연설에서 보면 아래와 같은 문구가 나온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여러분은 미래의 점들을 연결할 수 없습니다.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돌이켜봤을 때만 이 점들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젠 위 영상을 안 본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잡스가 말하길 영감에 따라 한 행동들이 그 때 당시엔 힘든 일이였지만, 돌이켜보니 나중에 큰 자산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스티브 잡스라는 특수한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나도 그렇다. 친구들과 시작한 창업이 망했을 때, 내가 인테리어 업계에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영업 인턴으로 입사할 때 내가 이 회사에서 사업총괄을 맡고 있을지 몰랐다. 또 창업하면서 얕게 배운 잡지식들(일러스트레이터, 개발, 영업 등등..)이 도움이 되리라 상상도 못했다. 돌이켜보니 그 때 경험이 내게 준 힘이 정말 컸다는 생각이 든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를 고민하는 분들께 무책임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계획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돌이켜보니 그게 마치 계획된 것처럼 여겨질 뿐이라고. 그러니 내가 무엇을 결정했다면 이 선택밖에 없었고 이게 정답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하면 되니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일이 결과론이긴 하다. 잘 되면 돌이켜보니 훌륭한 점들이였고, 잘 안되면 나를 힘들게 한 점들이 된다. 그러나 내가 치열하게 고민했고, 거기서 발버둥치며 노력했다면 반드시 훌륭한 커리어가 된다고 나는 확신한다. 


나도 내가 어떤 커리어를 이어갈지, 또 한번 창업을 도전할 지 모르겠다. 지금은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살아 내는 것에 집중한다. 내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내는게 중요하니까. 쓰고 나니 꼰대스럽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타트업을 다니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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