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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

[독서기록]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by 김지현

직장 동료분께서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들. 나는 하루키라는 이름만 수도 없이 들어봤을 뿐, 단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다. 원래 소설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책 읽는 시간이 아까운데 뭐라도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걸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제, 경영, 자기 계발 위주로 읽어왔다.


그러다 우연히, 한 권쯤은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다. 비문학학충(?)이 간단히 요약한다면 '슬픈 사랑 이야기' 정도인데, 읽는 동안 내내 감정이 정말 다양했다. 오늘 슬픈 부분을 읽으면 하루가 슬펐고, 애틋한 부분을 읽으면 하루가 싱숭생숭했다. 그렇게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1Q84를 읽었다. 그러고선 이 사람이 궁금했다. 어떤 소설가이길래 이토록 유명할까. 게다가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소설가라는 직업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래엔 책 속 내용 중 인상 깊은 내용들을 추려봤다.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 소설가는 물론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설 한두 편을 써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십 년 전, 삼십 년 전에 등단한 신인 작가 중에 과연 어느 정도가 지금까지 실질적인 현역 소설가로서 활동하고 있느냐고 한다면, 그 수는 솔직히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니, 실제로는 극 소수입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책 중간중간 나와있다. 먼저 초고를 쓰고, 한번 읽어본 뒤 고쳐 쓰고, 다시 읽어본 뒤 고쳐 쓰고. 그 많은 텍스트를 읽고 고쳐쓰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이후 아내나 관계자에게 읽게 한 뒤 다시금 고쳐 쓴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써본 사람은 안다. 이 과정이 얼마나 곤욕인지.


하루키가 위에 언급한 것처럼, 연예인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 종종 책을 낸다. 그게 꽤 인기를 끌 때가 있다. 그러나 그들이 두 권, 세 권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링에 오르기는 쉬운 법이니까.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링 위에 오래 버틴 사람을 우리는 영역을 불문하고 존경한다. 그 자체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루 원고 20매(200자 기준)를 쓴다고 한다. 어떤 날 기분이 좋아 더 쓰거나, 그렇지 않은 날 적게 쓰지 않는다. 그런 매일이 위대함을 만들어냈다. 나는 과연 어떤 고단함을 매일 해내고 있을까. 없다면 무엇을 해내야 할까. 2025년을 맞이하며, 거창한 목표보다 매일 내가 반드시 해내야 할 과업을 먼저 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가 바뀌어야 한 달이, 1년이, 나아가 인생이 바뀐다. 명심하고 또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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