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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곧 삶을 대하는 태도다

[독서기록] 기록이라는 세계, 리니

by 김지현

많은 사람들이 새해맞이 다이어리를 한 번쯤 구매한다. 각종 일정들을 써가며 멋진 새해를 꿈꾼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알고 있다. 작심삼일. 이내 그 노트는 책장에 잠들게 된다. 블로그 운영을 비롯한 많은 글쓰기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거창하게 시작하지만, 어느새 멈추게 된다.


글쓰기 도전을 망설이거나, 도중에 포기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바로 이 책, '기록이라는 세계'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네이버 블로그로 시작하여 브런치에 합격할 때까지 열심히 썼다. 그러나 개발 공부에 전념하다 보니(라는 핑계로) 글쓰기를 멈췄었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면 하루 한 글자라도 써갔을게 분명하다. 그만큼 글쓰기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를 주는 책이었다.


유선경 작가님은 감정어휘라는 책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적절한 어휘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스스로를 속이고 왜곡할 때 마음이 갈 길을 잃어버린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감정에 알맞은 어휘를 붙여 불러주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고 후련해진다고도 했고요,
좌절감을 느껴 더 우울해질까 봐 쓰지 못했던 오답노트를 어른이 되어서 쓰고 있습니다. '실수, 실패 노트'라는 이름의 노트에 일, 건강, 인간관계, 재정 등의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실수했거나 실패라고 여겨지는 순간과 반성, 배움의 과정을 기록하고 있어요.

삶에 갈피를 못 잡을 때 혹은 마음이 힘들 때 생각들을 차분히 적다 보면 머릿속이 정리될 때가 있다. 저자도 감정을 써보길 권한다. '미움'과 같은 단어로만 표현해도 충분하다. 그럼 복잡한 감정이 그 단어에 국한되고, 이내 추스를 방향이 정해진다.


내 실수와 실패들도 외면해 버리면 두고두고 마음 깊은 곳에서 등장하곤 한다. 책에 따르면, 차라리 상세히 기록해 보고, 개선할 점을 살펴봐야 한다. 마치 학창 시절 오답노트 쓰듯, 내 인생의 오답노트를 작성하라는 것이다. 숱한 실수들을 돌이켜보면, 같은 패턴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꽤 많다. 아마 나뿐만 아닐 것이다. 모두 이번 기회에 인생 오답노트를 작성해 보면 어떨까. 이불킥 사건들(?)이 절반은 줄어들 게 분명하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마음과 태도로 나의 세계를 넓혀가고 싶습니다. 더는 새로운 게 없다며 인생을 시시하게 여기는 어른이 아닌,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궁금해하며 기꺼이 탐험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일을 떠올리고 적는 것만으로도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면 기꺼이 기록하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든 좋아해 보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감각의 시작이라는 최근에 읽은 책 문구가 떠올랐다. 내 세계관을 넓히려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고 좋아해 봐야 한다. 저자는 한 달에 하나씩 도전해 보는 리스트를 기록해 두는 방법을 추천했다. 직접 써보려 노력했으나, 아직 어떤 도전 과제도 적지 못했다. 적어도 다음 달에는 하나 정도는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다. 새로운 시도를 꺼려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어려운 미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록을 대하는 태도는 삶의 태도와 많이 닮았어요. 보이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며 시작을 망설이는 마음, 시도하는 일이 무탈하게 잘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 실수 없이 이어가고 싶은 관계, 큰 노력 없이 얻고 싶은 성취, 남과 비교하느라 정작 나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순간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완벽주의 때문에 시작의 허들을 넘지 못할 때, 사실 방법은 딱 하나예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작해 보는 거죠.


훌륭하고 다양한 기록 방법론도 결국 뭐라도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으면 바뀌는 게 하나도 없다. 미숙하더라도 도전하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잘하게 된다. 오늘도 한 글자라도 써보자는 각오로 이 글을 쓴다. 언젠가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된 나를 상상해 보며, 글쓰기를 망설이는 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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