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룰루레몬 스토리, 칩 윌슨
스포츠 웨어 브랜드 하면 당연히 나이키, 아디다스다. 시총은 모르겠으나 기껏해야 뉴발란스 정도. 그러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게 언더아머인데, 그 마저도 그리 큰 임팩트를 주진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스포츠 웨어 업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가 등장했다.
도대체 운동복이 얼마나 좋길래 샤넬이라 불리며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 걸까. 어느 날 와이프가 룰루레몬 옷을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큰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만든 브랜드인 걸까. 때마침 창업자가 쓴 책이 있어 곧바로 읽게 되었다.
룰루레몬의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조직 문화, 그리고 브랜드의 강점을 따라갈 만한 기업을 동종업계에서는 찾기 어렵다. 이것은 위대함을 택한 직원들 때문이다. 룰루레몬은 기업의 이익보다 개인의 발전을 우선시하는 실험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창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창업자 칩 윌슨은 룰루 레몬 이전 웨스트 비치라는 서핑 의류 브랜드를 운영했고 매각했다. 보통 의류 브랜드는 유통 채널에 판매를 위탁하는데, 여기서 많은 기회를 놓친다고 저자는 판단했다. 많은 유통채널이 있다면 빠르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고객과의 소통, 재고 회전율, 마진율 등 다른 중요한 걸 놓친다는 게 첫 사업의 결론이었다.
중간 상인의 마진을 없애면 직원들, 즉 에듀케이터들에게 다른 곳의 판매직원들보다 30%쯤 높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산상으로는 매니저급 에듀케이터들에게는 공립학교 교사의 두 배 정도의 급여를 지급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룰루레몬은 직영점을 고집했고, 직영점 내 직원을 '에듀케이터'라 명명하며 판매자가 아닌 교육자로 키워나갔다. 에듀케이터가 훌륭히 제 역할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었다.
새로 채용된 직원들은 이미 훌륭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삶에 자극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직원들을 훈련하는 목적은 그들을 훈련해 회사의 발전과 이익 추구에 어떤 식으로든 써먹겠다는 목표 없이, 오로지 그들을 이롭게 하는데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룰루레몬의 메인 타깃 소비자는 능력 있는 여성이다. 일도 열심히 하지만, 자기 관리를 위해 꾸준히 요가를 하는 여성. 꿈을 위해 노력하지만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는 멋진 여성.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채용했고 그 사람들에게 개인의 성장과 성공을 자극했다.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가 마냥 이상적일 수 없다. 모든 경영자가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칩 윌슨의 철학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자세는 참 배울만하다. 그건 바로 회사에 기여할 것이라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들이 성장하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7월 27일은 또한 내가 몇 년 전, 직원들에게 했던 약속을 이행하는 날이기도 하다. 룰루레몬의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을 때, 나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우리가 상장하면 회사 주식이 10%를 그들에게 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 이로 인해 30명 정도가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잘 되면 내가 두둑이 챙겨줄게."
차라리 말을 하지 말지 싶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경영자도 어쩔 수 없으니 이런 말을 내뱉을 것이다. 당장 직원들의 희생은 필요하고, 막상 지금 줄 돈은 없고. 결말은 대부분 뻔하다. 못 기다리고 떠나는 직원과 배신감을 느끼는 사장. 서로 상처뿐이다.
내가 팔로우하는 VC 분이 열심히 일하라는 글을 남겼는데, 많이 주고서 일을 시키라는 댓글이 100여 개가 달렸다. 닭과 달걀 중 어떤 게 먼저인지에 대한 내용인데, 개인적으로는 두둑이 챙겨줄 거라는 건 허상이니 그냥 열심히 일해서 내 개인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룰루레몬 상장으로 부자가 된 직원들 또한 돈과 희생 사이의 끊임없는 저울질의 결과로 오랜 기다림을 택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노력하는 그 과정 동안 본인도 성장해 나갔을 테고, 아마 창업자도 기다림을 버틸만한 보상을 해줬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서로 Win - Win 하는 구조를 미리 잘 만들어뒀지 않았을까 싶다.
책의 결말이 상당히 아쉽다. 고속 성장하던 룰루레몬은 이사진과 창업자 간 마찰로, 위와 같은 본질을 잃어버리고 여느 기업과 같은 조직이 되어버린다. (물론 저자의 판단이다) 그렇게 저자는 룰루레몬을 떠났다. 경영 철학이 훌륭하다는 건 조직이 비대해지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관철시키는 힘도 존재하는 회사라는 뜻이지 않을까 싶다.
인사 평가 시즌을 맞이하며, 직원과 조직의 관계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떠올려봤다. 창업의 꿈이 있는 나로서, 나중에 내 조직이 생긴다면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많은 고민이 생겼다. 물론 나중 이야기니까. 임원이지만 한 명의 구성원인 나도 조직과 그리고 대표님과의 상호작용도 다시금 곱씹어본다. 과연 우리 조직은 건강한가. 참 어려운 문제다. 룰루레몬처럼 상장이라도 하면 뭐든 좋다는 생각을 하며 (^^..) 이만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