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보단 줄여보기

절주와 단식

by 김지현

지식이 부족해 책을 많이 읽었고, 독후감도 열심히 썼다. 도전이 부족해 두 차례 하프 마라톤을 나갔고, 바디프로필까지 찍었다. 무슨 갈증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아무튼 그 갈증을 해소하고 싶어 나를 혹사시키며 살았다. 뭔가 도전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했고, 도전한 바를 이뤄도 공허했다.


그렇게 똑같이 2025년을 맞이했다. 운동, 독서로 부족해 영어 공부까지 했다. 그럼에도 더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럼에도 갈증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뭔가를 해냈다는 만족감보다는 못했을 때의 자괴감이 컸다. 무엇이 문제일까. 왜 현실은 바뀌지 않을까. 여러 공부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더 하지 말고 과감히 줄여보기로.


그렇게 정한 두 가지가 절주와 단식이다. 술과 음식이 주는 유혹은 너무나도 강력하다. 실패하고 후회할 때도 많다. 그렇지만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고, 내가 겪은 변화들을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절주


힘든 하루가 끝나 집에 도착하면 엄청난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맛있는 음식과 술 한 잔. 이보다도 행복할 수 없다. 한 잔만 마시면 상관없다. 그 한 잔은 다음 잔을 부른다. 그렇게 취기가 오를 때까지 마시게 된다. 그럼 다음날 시작이 최악이다. 숙취로 괴롭고, 그 숙취는 해가 갈수록 길어진다. 늘어가는 뱃살은 덤이다.


술을 워낙 좋아하기에 줄이고 줄여서 일주일에 1~2회 마신다. 다음 날 출근을 하거나 중요한 일정이 있다면 절대 안 마신다. 자연스레 수면 질이 높아졌다. 집중력도 향상되었고, 무엇보다 체중 관리가 용이하다.


그리고 술을 많이 마시면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살면서 했던 큰 실수 대부분의 원인은 술이었다. 술을 줄이니 자연스럽게 실수할 일이 없다. 이 효과만 해도 돈으로도 산정할 수 없는 가치다.


단식


나는 평생을 뚱뚱하게 살아왔다. 그게 싫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도 있다. 안타깝게도 긴장의 끈을 며칠만 놓으면 바로 몸무게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다 우연히 단식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서, 일주일에 2~3회는 하루에 한 끼만 먹어봤다. 적게 먹으면서 운동하는 것보다, 아예 끼니를 줄이고 운동을 안 하는 게 더 관리가 용이했다. 안 먹는다고 빠지진 않는다. 그렇다고 쉽게 찌지도 않았다.


정말 웃긴 게, 하루 세끼 꼬박 먹을 때보다 허기진 시간이 더 짧다. 오히려 자주 먹을 때 더 배고프고, 맛있는 걸 찾았다. 술도 마시면 마실 수록 더 자주 먹고 싶고 많이 먹고 싶은 것처럼, 식사도 마찬가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만사가 똑같은 게 아닐까. 무언가를 더 하기보단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더 줄이는 게 더 진리에 가까운 경우가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을 많이 벌리기보다, 필요 없는 일을 줄이는 게 결과적으로 좋을 때가 많다. 사랑도, 우정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글을 썼다. 일과 육아를 핑계로 미뤄왔었다. 시간이 없다는 전형적인 핑계다. 그렇다면 억지로 노력하지 말고 뭔가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를 줄여봐야겠다. 그러면 자연스레 글 쓸 시간이 생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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