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8년 다닌 첫 직장을 퇴사했습니다.

by 김지현

2018년 2월, 주식회사 두번째라는 곳에 영업직 인턴으로 입사했다. 그렇게 관심이 하나도 없었던 인테리어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대략 8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간의 커리어 요약)


참 많은 경험을 했다. 시리즈 A 30억, 시리즈B 110억 두 차례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는 조직을 경험했다. 10평 남짓했던 쇼룸은 자그마치 강남에 240평 규모로 커졌다. 많은 사람들도 거쳤다. 입사 당시 10명도 안됬던 조직이 자회사 포함 60명에 육박하는 규모로도 커졌었고, 또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경험도 했다.


그렇게 8년.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함께 했던 나도 성장했다. 영업 인턴이었던 내가 30명 규모의 사업 총괄까지 맡았다. 마지막 1년은 개발자와 PM 까지 경험했다. 당연히 힘들고 괴로워서 떠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값진 경험들과 더불어 함께 일한 사람들이 나를 버티고 성장하게 했다.


내일 죽는다면 어떤 걸 제일 후회할까


27살부터 34살에 이르기까지 회사가 변한 만큼 개인 김지현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다. 자취방에서 혼자 컵라면을 먹으며 맥주를 마시던 내가, 세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과일을 나눠 먹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그런데 문득 그동안 내가 외면했던 내 꿈을 돌이켜봤다. 나는 철없을 때부터 사업하는 게 꿈이었다. 근데 그 꿈이 8년간 조직 생활을 하며 더 구체적이고 커져만 갔다. 나는 늘 리더의 입장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데, "내가 대표라면?"의 가정법에서 스스로 내린 결론과 다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 특히나 사업에 대한 갈증이 커져왔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물었다.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해 모두가 죽는다면 어떤 걸 제일 후회할까. 바로 떠오른 게 사업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렇게 한 두 달 고민하다 아내와 상의 끝에 결론 내렸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스타트업(회사)은 실패해도 개인은 성공할 수 있다


금전적인 이득을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 퇴사를 하는 게 훨씬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99%는 망하는 게 사업이니까. 그래도 나는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 말을 믿는다. 스타트업(회사)은 실패해도 개인은 성공할 수 있다고.


뻔하지만, 실패는 성장의 밑거름이다. 한 때 회사에 위기가 찾아와 몇 개월도 못 버틸 수 있는 상황임에도 악착같이 버텼던 건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이 회사가 실패하더라도 나는 성장할 테고, 그 성장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 어찌 보면 얻는 것 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내 개인 사업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내가 잘 망할 수만 있다면(수억의 빚을 떠 앉는 다던지 등등..) 그 실패를 토대로 다시 도전하면 될 일이다. 하물며 김승호 회장 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죽지만 말라"라고.


드디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출퇴근의 의무가 사라졌다. 뭐든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진다. 그래서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또 그만큼 설레기도 하다. 누군가 그래도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여태까지 조직에 귀속되어 있고 보는 눈들도 있기에 여러 가지 눈치가 보였다. 어쨌든 내가 대표님은 아니니까 내 고민들, 내 생각들을 참 에둘러 표현해 왔다. 특히, 누군가와 면담할 때 나조차도 책임지기 조심스러워, "대표님도 이렇게 생각하시지 않지 않지 않을까요?"와 같은 표현을 쓸 때가 많았다. 조직을 대표하되, 어쨌든 모든 책임을 지는 대표님과 컨플릭이 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모두 에둘러 표현해 왔다. 그게 참 답답했다.


근데 이제는 책임질 수 있을 만큼 말하고 행동하면 된다. 그만큼 무섭기도 하다. 이 해방감(?)이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지금은 꽤나 큰 자유를 얻은 느낌이다.



8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며 쓰는 글이니, 정말 쓰고 싶은 말이 많을 줄 알았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뻔히 힘들 앞날에 대한 걱정이 엄습해 왔고, 그래서 겉핥기(?)식으로 지금의 생각을 두서없이 작성해 봤다.


내년의 12월은 어떤 모습일까. 내 도전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궁금하다. 궁금해 미치겠다.

최선을 다해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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