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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 Sep 08. 2021

스타트업의 '스'는

얼레벌레 스타트업 마케터의 일기 #3. 스펙타클의 '스'



모든 일이 내 생각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작가님이 사 준 배를 타고 신난 감독님



아놔. 시간이 너무 빠르다. 오늘이 벌써 수요일 밤이라니.


오늘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어제 못 다한 지출결의서를 올리고 세금계산서를 프린트했다. (우리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사용하면서도 문서 전체와 첨부파일을 전부 인쇄하여 제출한다)(나무야 미안해...) 검색광고 키워드 추가 요청건은 회신이 없어서 카톡창에 안녕하세요 대리님 타자를 두드리고, 9월부터 새로 시작한 광고는 또 뭐가 안 된다고 해서 한참을 끙끙대다가 리포트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셔서 예약 메일을 뒤졌다. 비딩 참여 관련해서 문의드린다고 전화하고 메일보내고 신규 기획전 상품 등록 다 되었다고 해서 광고 세팅하고. 휴. 한숨 돌리고 나니 12시 반. 아. 이벤트 발표는 밥 먹고 와서 해야지. 아침에 사 온 커피 얼음이 다 녹아서 컵이 울고 있었다.


정말이지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스타트업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마도 (어제 쓴 글처럼...) 나는 나혼자 일하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차분해지려고 노력한다. 마치 볼링칠 때처럼 내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 라인으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또랑에 빠져버려서 매사에 열을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감정적일수록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스타트업에서 배웠다. 인생은 정말 제멋대로라는 걸. 일하지 않을 때의 나보다 정말 많이, 더 많이 겸허해졌다. 안 되는 일에는 너무 애써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 될 일은 어차피 안 되는 거구나, 하고 빠르게 다음 스텝으로 가야 한다는 . 또랑에 빠진 볼링공을 감상할 시간이 없단 걸. 똑딱똑딱. 빨리 다음 공을 집어 들고 점수를 내야만 한다.


면접을 볼 때 내 장점을 이야기해보라고 할 때, "안 된다고 쉽게 단정짓거나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방법을 찾습니다." 라고 말했었다.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일 말고 다른 데선 잘 없는 끈기나 집념 같은 게)(친구가 너는 착해서 그런 거라는) 사람이라는 어필을 하곤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디폴트 중 하나인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더 크게 작용하여 살아 남았다.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이것 밖에 당장 떠오르는 말이 없다.

모두가 어떻게 매일 행복할 수 있겠어. 다들 더 잘하려 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일해야지. 회사를 욕하면서도 자리에 앉아서 치열하게 각자의 전투를 해내고 있는 중일 라고... 믿는 쓸데없는 긍정도 한몫하고 있다.





오늘 유퀴즈에는 장항준 감독님이 나왔다. 남의 인생을 함부로 쉽게 부러워하지 않는 나조차도, 돈 잘 버는 드라마 작가의 남편으로는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분.




태어나기를 이렇게 태어난 일개미의 팔자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감독님의 삶의 태도라도 배워보기로 한다. 매일매일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게 스펙타클한 일들이 펼쳐지는 스타트업에서 다치지 않고 무사하기 위해서.


'그래. 진심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조팝나무 같은 인생인데. 다 마음 편하자고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더 넉넉하게 살자. 넉넉하게~!'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스'윗하게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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