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어제 못 다한 지출결의서를 올리고 세금계산서를 프린트했다. (우리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사용하면서도 문서 전체와 첨부파일을 전부 인쇄하여 제출한다)(나무야 미안해...) 검색광고 키워드 추가 요청건은 회신이 없어서 카톡창에 안녕하세요 대리님 타자를 두드리고, 9월부터 새로 시작한 광고는 또 뭐가 안 된다고 해서 한참을 끙끙대다가 리포트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셔서 예약 메일을 뒤졌다. 비딩 참여 관련해서 문의드린다고 전화하고 메일보내고 신규 기획전 상품 등록 다 되었다고 해서 광고 세팅하고. 휴. 한숨 돌리고 나니 12시 반. 아. 이벤트 발표는 밥 먹고 와서 해야지. 아침에 사 온 커피 얼음이 다 녹아서 컵이 울고 있었다.
정말이지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스타트업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아마도 (어제 쓴 글처럼...) 나는 나혼자 일하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차분해지려고 노력한다. 마치 볼링칠 때처럼내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 라인으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또랑에 빠져버려서 매사에 열을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감정적일수록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스타트업에서 배웠다. 인생은 정말 제멋대로라는 걸. 일하지 않을 때의 나보다 정말 많이, 더 많이 겸허해졌다. 안 되는 일에는 너무 애써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 될 일은 어차피 안 되는 거구나, 하고 빠르게 다음 스텝으로 가야 한다는 걸. 또랑에 빠진 볼링공을 감상할 시간이 없단 걸. 똑딱똑딱. 빨리 다음 공을 집어 들고 점수를 내야만 한다.
면접을 볼 때 내 장점을 이야기해보라고 할 때, "안 된다고 쉽게 단정짓거나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방법을 찾습니다." 라고 말했었다.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일 말고 다른 데선 잘 없는 끈기나 집념 같은 게)(친구가 너는 착해서 그런 거라는) 사람이라는 어필을 하곤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디폴트 중 하나인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더 크게 작용하여 살아남았다.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이것 밖에 당장 떠오르는 말이 없다.
모두가 어떻게 매일 행복할 수 있겠어. 다들 더 잘하려고 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일해야지.회사를 욕하면서도 자리에 앉아서 치열하게 각자의 전투를 해내고 있는 중일 거라고... 믿는 쓸데없는 긍정도 한몫하고 있다.
오늘 유퀴즈에는 장항준 감독님이 나왔다. 남의 인생을 함부로 쉽게 부러워하지 않는 나조차도, 돈 잘 버는 드라마 작가의 남편으로는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분.
태어나기를 이렇게 태어난 일개미의 팔자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감독님의 삶의 태도라도 배워보기로 한다. 매일매일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게 스펙타클한 일들이 펼쳐지는 스타트업에서 다치지 않고 무사하기 위해서.
'그래. 진심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조팝나무 같은 인생인데. 다 마음 편하자고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더 넉넉하게 살자. 넉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