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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 Sep 21. 2021

밀린 스우파 보며 회사 생각하기

얼레벌레 스타트업 마케터의 일기 #4. 아무래도 같은 스씨니까


요즘 제일 핫한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나는 흥만 많지, 몸치인지라 춤을 잘 추는 사람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우파는 안 보다가 최근에 만난 친구들이 다 이거 아니면 디피? 이야기를 하길래 스우파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내 최애 리헤이쌤 ♡♡



오늘 마침 결방... 추석 연휴라고 안 해주는 건가... 슬프다. 가족들 모여있을 때 이런 걸 봐 줘야 하는 건데. 스우파 몰아보기를 하며 회사 생각, '일하는 나'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아무래도 같은 스씨니까.


- 내공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 늘 하는 말 중에 '기본기'라는 말이 있다. 어떤 아이돌 그룹 메인 댄서는 그 기본기만 몇 년을 연습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기본이 잘 되어 있어야 하고, 기본기 위에 변형을 쌓고 얹고 덜어내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배틀을 보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저 노래에 바로 맞는 동작들을 하지, 싶다가도 그만큼 댄서들 안에 시간 속에서 싸워가며 얻은 어떤 내공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저는 평가하러 온 사람이 아니니까."

사실 맨 처음 스타트업으로 간다고 했을 때는 허세가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 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네. ㅋ 근데 이번에 이직했을 때는 'AMD때처럼 일해야지' 하는 생각이 1번이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이 일과 회사를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때였다. 아는 건 없었지만 그래서 더 배우려고 했고 모든 일에 명민하게 굴려고 노력했었다.


댄서 22년차, 댄싱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던 허니제이는 "평가하러 나온 사람 아니고, 평가 받으러 나온 거니까"라고 말했다. 쓸데 없는 데서 자존심 부리지 않는 것. 일단 눈 앞에 있는 나의 목표, 크루의 승리를 위해서는 변명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싸우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 아 나 좀 멋졌다, 라는 자기충만감

위의 것이랑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들이 곡 하나를 진짜 멋지게 끝마치고 나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어보고 싶다. 됐다. 이거다. 나 찢었다. 이렇게 생각하겠지.


'나는 일하면서 이런 감정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음. 아마도 평가 시즌에? 아니 사실 평가 시즌에도 그렇게 만족했던 순간은 몇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매일 이런 감정을 가지고 일하지는 않네.  "아 오늘. 나. 좀 쩔어줬다"하는 날이 좀 더 많이 있기를. 그러려면 나는 저 크루의 리더들처럼. 쌤들처럼. 프로처럼 일해야 하겠지.



- "아무래도 대기업이니까."

라치카는 청하 전속(?)으로 안무를 짜면서 크루 자체부터 많이 유명한 것 같다. 아이키는 아이키라는 인간 그 자체가 이제 메가 인플루언서고. 리헤이 쌤이 지난 라방에서 '언더에서 너무 오래 고생해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그래서인지 자본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상황에서 댄서들조차 씁쓸하게 웃으면서 자조적인 멘트를 던진다. "대기업"이라는.


대중소기업 싸움에 낄 자리조차 없는 스타텁... 이 스우파 출연 크루들의 시작이었을 언더 씬이라고 생각해보면 나는 또 짠해지고 마는 것이다. 메가크루 미션에서도 크루들의 미션 곡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연예인이 등장한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짜 이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취지에 가장 맞는 팀은 xxx라고 달린 댓글들을 보았을 때도 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 리더

다양한 리더의 모습이 나와서 너무 좋았던 것도 있다. 친구 같은 리더, 온화해 보이지만 중요한 때 날카롭게 지적하고 무서워지는 리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 중요한 순간에 책임지는 리더, 위로하는 리더, 본보기가 되는 리더.


프라우드먼의 댄서 케이데이는 아이돌 준비로 댄스 입시반에 들어갔다가 모니카를 만나서 댄서로 전향했다고. 인생을 걸어도 될 만큼 좋은 스승이었다는 뜻이었겠지.


오죽하면 '상사복'이라는 말이 있을까. 그만큼 좋은 상사, 좋은 리더를 만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물론 회사는 학교가 아니고, 상사는 스승이 아니지만. 이제 나도 막내를 벗어난 상황에서, 나는 어떤 사수가 되어줄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한다. 특히 나는 여자 선배로 오래오래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싶다. 실력 있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지. 늘 넉넉한 마음을 가진 멋진 선배로.


오늘 결방해서 아쉬우니 메가크루 미션 한 번씩 더 보고 스우파날(not 추석)을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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