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있을 뿐, 그게 전부야"
12월 2일 오후 10시 43분 우엉으로부터
12월도 내가 먼저 쓰고 싶었는데 말이야. 늦었다 이 말이야. 월말 정산처럼 한 달의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고 나면 마음이 먹먹해져.
11월은 정신없었다. 뭔가... 길었어. 길다고 느낄만한 이유도 있었고 오랜만에 너무 많은 감정들이 휘리릭 나를 훑고 지나간 달이었어. 11월을 돌이켜보면... 섭섭함? 서운함? 뭐 그런 감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 무언가를 사랑함에서 오는... 더 커진 상실감이겠지?
그렇지만... 버거워지는, 서글퍼지는 마음 때문에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 너 말을 듣고 생각해봤어. 사랑해서 오는 행복과 불행의 무게를 재려고 노력한다는 게 얼마나 슬픈 감정인지. 불행이 크다는 결론으로 사랑을 참는 건 말이야.
이십 대에도 덕질하는 어쩌고...로 시작하는 그 트윗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어. 나도 나 자신에 대해 가끔 '마!! 니 아이돌 중독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사행성에 맛 들인 여자 같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ㅋㅋ,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는 순간에는 지독하다... 하고 생각해. ㅋㅋㅋ 그 앞의 수식어를 어떤 걸 갖다 붙여도 사랑은 '사랑'으로 끝나서 그게 진짜 지독한 것 같아 ㅋㅋ
그래도 나는 나의 사랑이 정상이라거나 정석이라거나, 정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덕질하면서는 더 특히, 기이한 현상이긴 하다~ 고 생각할 때가 많으니까 ㅋㅋㅋㅋ
네가 전에 고양이들에게 더 해주고 싶어서 안타까운, 부족하기만 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었지. 나도 그런 것 같아. 고양이를 키우진 않지만, 네가 한 말을 최애에 대입해보다가, 왜 내가 굳이 ㅋㅋㅋ 물어보지 않아도 될 말을 내 최애에게 물어보는지, 왜 걔의 부담을 생각하는지, 진짜 쟤가 뭐길래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런 것들을 떠올릴 때마다, 과몰입 그만! 멈춰! 하고 내 자신을 막아서고 싶기도 해 ㅋㅋㅋㅋ
나는 덕질하면서 내가 효용성 있는 인간인 것처럼 느낀다고 했잖아. 뭔가 내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있고, 사랑하면서 얻어지는 콘텐츠들이 있고, 소비한 만큼의 상품이 돌아오고...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때의 나를 데리고 살 수 있을까. 그런 나도 괜찮은 인간이라고 믿으면서 살 수 있을까. 아무것도 안 하는 나를, 어딘가에 지독한 사랑을 붓지 않은 채로 잔잔한 상태로 살아가는 나를 견딜 수 있을까. 하고 나 자신에게 물어봤는데... 아마 나는 못 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더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잘 살고 싶어.
내가 가진 사랑하는 마음만큼 내가 가진 다른 것도 무한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팬싸에 안 가도 여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마음... 딱복이한테 쌍화탕 1개가 아닌 고디바 초콜릿을 턱턱 사줄 수 있는 나... 내가 가진 것보다 덜 사랑하는 법, 내가 가진 것만큼만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게 어른인 것 같아. 근데... 가진 마음만큼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더 커야 할까? 함부로 쉽게 사랑하지 말아야지 했지만 사랑을 참는 게... 말이 되니...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 게...
아침에 포션 먹고 저녁에 쌍화탕 먹어도 좋아서... 또 대면 달라고 하는 우리가, 사랑이 지독하게 전부인 우리가, 나는 그래도 좋아. 두포미는 갔지만 딱복이는 계속 내 곁에 있으니까. 토요일 너무 재밌겠다... 그렇지.
내가 나를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다독여 볼게. 우엉이 죄 없어. 사랑. 죄 없어. 11월의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래도 사랑이 살아남았다. 그렇게 믿을래. (지독하다 지독해)
12월도 잘 살아보자. 그리고 열렬히! 사랑하자! (엑소엘 아님)
빠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