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자기 탓, 나쁜 것은 부모 탓 인간의 본성인가?
좋은 건 자기 잘난 탓, 나쁜 건 부모 탓 세상 탓
안되면 조상 탓, 잘되면 내 탓!
우리는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이나 결과에 대하여 환경적. 남 탓을 하지만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것은 자신의 내부적 요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취업에 성공하면 ‘내 실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실패하면 ‘세상이 공정치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시험 성적이 좋지 않게 나왔을 때 부모님께 혼날 것이 뻔하기에 이런 문자를 보낸다.
“아니, 분명히 내가 열심히 하긴 했는데 갑자기 문제 형식이 달라졌지 뭐야. 갑자기 바뀌니까 당황해서 제대로 못 풀었어요.”
이것을 가리켜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 또는 ‘자기본위적 편향’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고하는 방식”으로 이는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거나 자부심 방어하려는 욕구 때문에 생겨난다. 자부심이 타인에 대하여 자신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 하는 심정이라면, 자존감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체면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책을 쓰는 저자들조차 이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자신의 능력 덕분으로 여기고, 초판조차 나가지 못하면 세상 대중문화의 저속함을 개탄한다.
롤프 도벨리의 다음과 같은 말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이기적 편향에 자주 걸린다. 내가 쓴 새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면 나는 스스로 어깨를 툭툭 친다. ‘이건 분명히 지금까지 나온 내 책들 가운데 최고일 거야!’라면서. 그러나 그 책이 새로 쏟아져 나온 책들의 홍수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면? 그때도 당연히 최고의 책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대신 한 가지 안타까운 이유만 덧붙여질 뿐이다. 비평가들은 시기심 때문에 내 책의 진가를 깎아내리는 글들을 쓰고 있고, 독자들은 좋은 글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식으로.”
에밀리 프로닌은
이기적 편향이 ‘자기 관찰의 착각(introspection illusion)’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신뢰하기 때문에 자기 관찰이라는 주관적인 과정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관찰이 아닌 그 사람의 행동 일반을 통해 평가한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인간의 마음』에서 히틀러 치하 일부 독일인들의 그런 심리 상태를 ‘집단적 자기도취’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경제적·문화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 집단에 속해 있다는 자기도취적 자부심이 유일한, 그리고 때로는 매우 효과적인, 만족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예로 히틀러 시대의 독일과 미국 남부에서 나타난 인종적 자기도취를 들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념과 세대간, 지역주의의 갈등 현상은 안타깝다. 자신의 편에게는 한없는 자부심을 갖지만 상대편에게는 막말과 인격적 공격도 불사한다.
“나의 단결은 아름답지만, 너의 단결은 추하다”는 식으로 나타난다.
이런 이중 잣대는 정치 영역에서 자주 구사된다. 선거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우리에게 유리하게 나오면 그건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지만, 불리하게 나오면 그건 ‘반대파의 공작과 음모’ 탓으로 돌려진다.
나쁘거나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을 정적(政敵)이 저지르면 그건 ‘나라 망치는 짓’이지만, 그것을 나와 우리가 하면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한 ‘필요악(必要惡)’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