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부채 잔액은 1611조 3000억 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말 이후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특히 가계대출 부실 여부를 말해주는 지표인 연체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 상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계소득증가와 일자리 창출이 수반되어야 하는 데 경기침체와 맞물려 녹록치 않다. 5월 실업자 수는 127만8000명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4.5%로 사상 최대였다.
현대인의 지갑에는 현금이 없다. 대부분의 거래를 신용카드로 한다. 개인이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카드 결제를 하면 신용을 담보로 카드회사가 개인 대신에 판매자에게 금액을 지불하고 나중에 개인의 통장에서 인출한다. 카드 결제 시점과 은행 계좌에서 지불 비용이 빠져나가는 시점까지의 기간에는 부득이 부채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채무자, 부채 인간(호모 데비토르 Homo Debitor)이 된다.
신용카드로 인해 인간의 소비가 과다 소비를 동반하는 우려도 생긴다. 하지만 현금이 사라지는 신용사회로 가는 밑거름 역할도 한다.
돈의 제대로 돌아야 돈의 가치가 발휘된다. 하지만 최근 5만 원 권의 회수율이 낮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비상용 현금’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현금 확보 수요가 늘어났다.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커지고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저금리 영향으로 장롱 속에 잠자는 5만 원 권이 크게 늘었다고 판단된다.
한 쓰레기 매립지의 침대 매트리스 속에서 5만 원 권이 쏟아졌다. 모두 180장에 900만원이었다. 돈다발 띠지를 단서로 주인을 찾았더니 치매 초기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들어가며 돈 숨긴 걸 잊고 그냥 버린 것이었다.
일본사회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쓰레기장에서 주인 없는 돈이 쏟아지고 있다.
군마현의 한 쓰레기 처리회사는 혼자 살다가 죽은 노인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현금 4억 원을 발견했다. 외롭고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죽음 직전까지 돈을 생명줄처럼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2017년 9월, NHK가 경찰백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쓰레기장에서 현금을 주웠다고 신고한 금액이 그 해에만 177억 엔(약 1900억 원)이었다. 혼자 살다가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장롱에 보관하던 뭉칫돈이 사후에 버려진 유품(遺品)에 섞여 나온 것이다.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 국고로 귀속된 금융자산만 2015년 420억엔(약 4340억원)이라고 한다.
재산을 쌓아놓기보다 벌어들인 재산과 수입을 최대한 좋은 곳에 활용하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돈을 제대로 활용 못해 쓰레기장으로 보내서야 되겠는가?
우리나라 지폐에는 퇴계 이황(1000원권), 율곡 이이(5000원권), 세종대왕(1만원권), 신사임당(5만원권)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유학자로서 당대엔 훌륭한 인물상이었지만, 오늘날 현대사회 발전과 아무 관계가 없는 분들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역대 대통령 혹은 근대의 재무장관, 정치가 등의 인물을 화폐 도안인물로 선정했다. 고액권인 100달러에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그려져 있다.
돈은 자본주의 국가의 잣대와 철학을 나타낸다. 우리의 경우 경제에 대한 합의와 국가적인 철학이 없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