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장난감 사 달라고 때 쓰는 아이를 종종 본다. 물건 값을 치루면서 계산원이 500원을 거슬러 주자 “잔돈은 아줌마 그냥 쓰세요.” 하며 팁 주듯이 말하는 철없는 아이들도 있다.
이는 돈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배우지 못한 결과다. 돈 공부란 설득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닌, 건전한 소비습관을 생활 속 작은 행동들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다. 향후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의 기성세대인 40대∼50대들은 어려서부터 돈의 원리와 부를 축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 배우고 답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해외 금융선진국을 보면 어린아이에게 경제와 금융교육을 강조하고 집중해 왔으며, 금융 강국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돈 없이는 살 수 없고 부의 정도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찌감치 아이들에게 경제 교육을 길러주고 금융에 밝은 아이로 키워야 할 것이다.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좋아할 것이 아니라 영어를 가르치고 집중시키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경제교육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용돈은 경제교육의 첫 걸음이다.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면서 용돈기입장을 적게 하고 꼭 필요한 지출을 했는지에 대한 부모의 확인도 필요하다. 어린이 경제신문을 읽도록 하고 부모와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가졌으면 한다.
세뱃돈은 저축의 스타트하기에 좋다. 설이 지나고 나면 어른들의 주머니는 얇아지지만, 아이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진다.
“엄마가 보관하고 있다가 크면 돌려줄게”가 통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종잣돈으로 경제교육에 나서야 한다.
경제교육을 시작하는 시기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 3세 이상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인적인 차이를 고려하되 아이가 돈의 단위를 구분할 수 있고, 슈퍼에 가서 혼자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하는 경제교육은 투자보다는 경제에 대한 인식과 돈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돈의 효율적 모으고 사용하는 방법, 수입을 늘리는 방법, 올바른 돈 관리법을 배우는 것이다.
가슴 높이에 맞춘 경제교육
경제교육도 그 나이에 맞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제교육에 흥미를 느끼고 제대로 따라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이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의 예행연습 기간이다.
혼자 독립을 하기 전에 엄마의 조언을 하나씩 듣고 배워가는 시기로 중요한 때다.
금융기관을 찾아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단순히 부모가 은행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저금통에 돈을 모으는 방식을 넘어 금융기관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통장을 만들면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통장에 시간이 지나 ‘이자’라는 것이 붙게 되는 것을 직접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경제에 대한 관심과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월급과 생활비, 저축, 부채 등은 물론 주식과 채권에 대해서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창업주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에 투자해 대박을 터트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화상회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줌 주가가 1년 전 상장 당시보다 2배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올해 93세 노장인 리카싱은 선견지명 투자로 유명하다. 그가 운영하는 호라이즌벤처스는 줌뿐만 아니라 구글, 인터넷전화서비스 스카이프(200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2007년) 등 유망한 IT(정보기술) 기업에 초기 투자를 단행해 커다란 수익을 남겼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기술 분야에 대한 사업통찰력이 뛰어난 건 남다른 학구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카싱은 자식들을 독하게 키우는 것으로 유명한 데 이유는 무엇일까?.
두 아들에게 아버지가 공부와 장사 사이에서 방황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중국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지내던 리카싱의 아버지는 홍콩으로 이주한 뒤 가게에서 점원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에 따르면, ‘5세 자녀는 5000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판단할 능력이 있고, 7~8세 자녀는 저축과 투자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으며, 13~14세가 되면 조그마한 투자 계좌를 개설해 주식을 고르고 거래 할 수 있다’고 한다. 리카싱은 유학 간 아들에게도 용돈을 풍족하게 주지 않았으며, 자전거로 통학하도록 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