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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진 Oct 19. 2024

용맹했던 고양이, 오랑이

오랑이와의 작별인사


<2> 사랑아 내게 오랑

2-5. 용맹했던 고양이, 오랑이



이별의 날


오랑이를 잃어버릴 뻔했던 산책 소동 이후로 몇 달간 오랑이는 건강하게 잘 지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잔병치레도 많아지고, 혼자 며칠을 사라졌다가 상처투성이로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그때부터 카페 사람들은 언젠가 오랑이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작별의 날은 예상보다도 빠르게 찾아왔다.


그날 역시 오랑이가 보이지 않아 카페 주변을 둘러보던 중, 오랑이를 가장 예뻐했던 직원 언니가 야외 좌석 아래에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오랑이를 발견했다. 깊은 잠에 빠진 오랑이의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었다.



마지막 선물


오랑이를 처음 발견한 언니는 저러다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펑펑 울었고, 엄마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충격에 빠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당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오랑이가 싸늘한 사체로 나타난 현실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결국 현실을 받아들인 엄마는 오랑이를 묻어주기 위해 삽을 들고 나왔다. 엄마가 땅을 파려던 순간, 직원들이 기숙사로 뛰어 들어가 무언가를 손에 들고 나왔다.


생전 오랑이가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 공과 즐겨 먹던 참치캔이었다. 오랑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은 두 고양이가 항상 놀던 마당 뒤쪽 양지바른 곳에 오랑이와 함께 묻어졌다.



용맹한 고양이, 오랑이


오랑이는 누구보다도 용감한 고양이였다. 오랑이는 촐싹대는 사랑이와는 다르게 의젓하고 덩치도 커서 늘 사랑이를 지켜주는 역할이었다.


어느 정도 머리가 커진 이후로 오랑이가 가장 즐긴 취미는 바로 사냥이었다. 오랑이는 쥐나 새뿐만 아니라 가끔 거대한 뱀을 잡아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리품처럼 죽은 뱀을 앞에 두고 늠름하게 앉아있는 오랑이의 모습은 마치 호랑이의 기개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여름이 지나고


오랑이는 여름이 끝나고 갑작스레 찾아오는 가을 추위처럼 예고도 없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


두 마리 고양이가 뛰어놀던 마당에 홀로 남은 사랑이를 보면 제법 썰렁하다. 사랑이에겐 오랑이의 마지막을 보여주지 않았으니 랑이가 죽은 건지, 아니면 어디로 떠나버린 건지 영문도 모를 것이다.


너무 이르게 떠나 버렸지만, 난 오랑이가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했을 거라고 믿는다. 카페의 모든 사람들이 오랑이를 사랑하고 극진히 챙겨 줬으니까. 그리고 떠나는 오랑이를 위해 펑펑 울어주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한여름밤의 꿈처럼 잠시 왔다가 간 존재이지만, 오랑이는 모두의 가슴속에 생전의 활발한 모습 그대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엄마의 코멘트


싸늘해진 오랑이를 발견한 날, 오랑이의 곁에서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를 봤어.


그 나비는 떠나지도 않고 계속 오랑이의 근처를 맴돌았어. 어쩌면 오랑이는 벌써 나비로 환생한 걸지도 몰라.


어떤 존재로 다시 태어나든 오랑이는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잘 살 거야. 이왕이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오랑이로서의 삶은 어땠는지 , 내가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물어볼 수 있도록.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소중한 오랑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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