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진 Oct 23. 2024

주체할 수 없는 사냥 본능

허술한 사냥꾼


<3> 그녀는 천재인가, 바보인가

3-1. 주체할 수 없는 사냥 본능



연습만이 살 길이다옹!


사냥을 즐기는 오랑이와 달리 사랑이는 사냥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오랑이가 큰 새나 뱀을 턱턱 잡아올 때 사랑이는 옆에서 손가락 빨며 구경만 할 뿐이었다.


 어느 날 사랑이가 어디선가 큰 깃털을 주워와, 하루종일 깃털에 대고 냥냥펀치를 날리며 일종의 훈련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마치 그 깃털을 새라고 생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 같았다.


연습만이 살 길! 노력파 사랑이의 사냥은 아주 기초적인 연습부터 시작되었다.



아찔한 선물


열심히 훈련을 하던 사랑이는 마침내 작은 쥐나 새를 잡아오는 성과를 보였다. 그런데 사냥의 전리품은 혼자 구경하고 만족하면 될 것을, 꼭 엄마에게까지 공유하 했다.


한동안 엄마는 출근길마다 죽은 쥐나 새를 선물로 받았다. 사랑이는 엄마의 발치에 사냥감을 내려놓고 자랑하듯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세상 사람들! 제가 뭘 잡았는지 다 와서 구경 좀 해보세요!


당연히, 끔찍한 사체를 치우는 건 항상 엄마의 몫이었다. 신이 난 사랑이와 달리 엄마는 눈물을 머금고 이 말썽꾸러기의 뒤처리를 했다.



물 만난 고양이


카페 주변에는 작은 연못이 몇 개 있었고 물고기도 몇 마리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텅 비었다. 사냥의 희생양이 되었기 때문이다.


육지 사냥이 지겨워진 건지, 사랑이는 물속에도 냥냥펀치를 날리며 애 먼 물고기들을 잡았다. 사랑이는 잡은 물고기들은 먹지도 않고 불쌍하게 물에 둥둥 뜬 채로 뒀다.


사실 사랑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눈동자와는 다르게 오직 사냥만을 즐기는 본 투 비 사냥꾼, 냉혈한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귀여운 외모에 속으면 안 된다!





사랑이의 코멘트


거의 다 잡았... 앗! 꿈이었잖아!


흠냐, 잘 잤다. 이제 참새라도 잡으러 떠나 볼까요? 피가 들끓어서 사냥을 안 하고는 배길 수가 없다고요.


게다가 엄마도 나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뭐라도 빨리 잡아 와야겠어요!


이전 11화 용맹했던 고양이, 오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