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의 장기자랑
언니 나 좀 봐줘요
오랜만에 카페에 놀러 간 날, 사랑이가 유독 내 주위를 맴돌다가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자꾸 뒤돌아 보며 따라오라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길래 가보니 몇 그루의 나무가 있는 곳이었다.
사랑이는 폴짝 뛰어 나무 위로 올라가더니 열심히 나무를 탔다. 대부분 크지 않은 조경용 나무였는데, 나름 신중하게 튼튼한 가지만 밟으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진지한 표정이 귀여워 박수를 치며 칭찬해 줬다.
의기양양해진 사랑이는 곧바로 다른 나무로 갈아탔다. 슬슬 끝났나 싶으면 또 다른 나무로 갈아타 새로운 등반을 시작했다. 사랑이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나무를 탔고, 그녀의 퍼포먼스는 주변의 모든 나무를 다 정복한 후에야 끝났다.
카페 사람들은 대부분 일을 하느라 사랑이를 오래 놀아주진 못 하는데, 오면 하루종일 놀아 주는 나를 보니 그간 연마해 온 나무 타기를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고양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이는 고양이치고 운동 신경이 꽝이다. 어느 날 사랑이가 보이지 않아 엄마가 카페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문제의 나무 타기 연습장에서 사랑이를 발견했다.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사랑이는 자기 능력보다 높이 올라간 것인지 가지를 붙잡고 오도 가도 못 하고 있었다. 그래봤자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높이였는데, 겁에 질린 모습이 불쌍하면서도 귀여웠다.
그냥 붙잡아서 내려줄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는 강하게 키워야 하는 법. 엄마는 "자, 앞발을 내딛고~", "거긴 미끄러우니까 조심!" 등의 코칭을 하며 사랑이의 하산을 도왔다. 사랑이는 엄마가 있어서 안심한 건지,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나무를 내려왔다. 마침내 바닥에 착지한 사랑이는 많이 놀란 듯 혀를 날름거렸다.
허당 같은 고양이, 사랑이. 아무래도 신이 사랑이를 만들 때 귀여움만 주고 운동 신경은 주지 않은 모양이다!
사랑이의 코멘트
아이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줘 버리다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요.
그런 실수는 정말 가끔 하는 거예요. 그날 고른 나무가 하필이면 껍질이 다 벗겨져서 너무 미끄러웠어요. 원래 같으면 나의 날카로운 발톱에 껍질이 탁탁 걸리며 깔끔하게 올라갈 수 있는데, 그런 변수는 생각도 못 했어요.
진진이 넌 내가 한 치의 실수 없이 멋지게 나무 타는 모습을 봤잖아. 같이 해명 좀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