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에 즐겨 읽었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책이 지금의 이진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어머니가 누군가한테 받아온 건지, 헌책방에서 사 온 건지 모르겠지만 베란다 한편에 언젠가부터 있던 세계명작 전집이었어요. 노인과 바다, 폭풍의 언덕, 돈키호테 등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세계 문학을 엮은 전집이었는데요, 초등학생 수준에 맞춰 내용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중간중간에 일러스트도 많은 책이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으니까, 일러스트를 보는 맛에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이 끝나 있더라고요. 초등학생 때 살던 집 베란다가 좁고 짐도 많아서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는데, 베란다에 이불을 깔고 누워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요.
여러 전집 중에서도 제가 가장 재밌게 읽은 건 '파우스트'라는 책이었어요. 그 전집은 내용이 길지 않으니 몇 번이고 읽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서점에서 찾아보니 사실 몇백 쪽짜리 희곡이더라고요. 어렸을 때의 추억을 살려 다시 도전해보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서 시작도 못 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의 독서가 제게 준 영향이라면, 비록 초등학생을 위해 쉽게 풀어쓴 책이지만, 이 전집 덕분에 웬만한 세계 유명한 작품들의 줄거리는 다 알게 됐어요. 그만큼 식견도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거기에다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은 덕분에 글을 빨리빨리 읽는 능력도 생긴 것 같고요.
초등학생 땐 스마트폰 같은 게 없었으니까 여가 시간에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던 것 같네요. 오히려 지금은 시간이 남아도 하루종일 핸드폰만 붙들고 있으니... 이 글을 쓴 김에 핸드폰은 닫고 오랜만에 독서나 하러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