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by 김진진


지금까지 이진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그때 부모님께서 어떤 도움을 주셨나요? 그 경험이 이진님에게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듣고 싶어요.


전 고등학생 때까진 고3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이고, 대학교만 가면 '고생길 끝, 꽃길 시작!'일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도 의대의 학업량은 고등학교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았어요. 보통 의대는 6년제(예과 2년, 본과 4년)인데 다른 과로 치면 3, 4학년인 본과 1, 2학년 때가 가장 힘들어요. 본과 1, 2학년 때는 거의 방학도 없이 2년 내내 공부와 시험만 반복하며 살거든요.


게다가 한 과목에서 F를 받아도 다음 학기에 다시 들을 수 있는 다른 과와 달리 저희 과는 시험 하나라도 낙제하면 바로 유급을 당해요. 전 원래도 걱정이 많고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하는 성격인데요, 계속 반복되는 시험의 굴레 속에서 살다 보니 한 번이라도 시험을 못 보면 유급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본과 1, 2학년 때는 신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밤새 공부하다 보면 피곤해서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을 때도 있었고, 시험 전날 너무 걱정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적도 있어요. 한 번은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서러워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시험을 못 보든 1년 유급을 하든 하늘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니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당시의 저는 시험과 유급의 불안감에 휩싸여서 부정적인 생각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의 그 말을 들으니 제 상황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게 되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렇게 2년 동안 몇 번 재시험도 보고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유급 없이 무사히 진급했어요. 본과 1, 2학년 때가 물론 공부할 게 많아서 힘들었던 시기는 맞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불안해할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 엄마의 말대로 시험을 못 본다고 앞으로의 제 긴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때부터 무슨 일이든 너무 불안해하지 않고,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저보다 긴 인생을 살면서 늘 옆에서 삶의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부모님이 곁에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성희님도 늘 아이들 곁에서 힘든 순간에 힘을 줄 수 있는, 좋은 부모님이 되실 수 있도록 저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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