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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Jul 31. 2017

세 평의 고민

1. 누런 황토벽돌에 구들과 아궁이가 있는 전통 황토방 (엄마와 내가 원하는 것)


2. 본체와 같은 흰색 집에 징크 지붕의 개량식 온돌방 (남편과 건축가가 원하는 것)


황토방에 대해 공부를 해오겠다는 방사장님은 <따따시 온돌>의 모형을 들고 와서 보여주셨다. 특허받은 기술이라는데 엑셀 파이프 사이로 둥근 동판을 엎어서 열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물론 바닥과 벽은 특수 처리된 황토를 발라서 원적외선이 나오도록 하는데 가스보일러로 작동시키는 것이라 불을 때지 않는다.


불 때는 황토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처음에는 좋다고 즐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불 지피는 일이 몹시 귀찮게 여겨져서 안 하게 된다고 한다. 아침에 불을 때야 저녁에 잘 수 있다고 하면서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는데 장작 값이 점차 비싸지고 일산화탄소와 화재의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불 때는 구들에서 지지면서 자고 나면 개운하다는 황토방이 갖고 싶다면야 당연히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짓는 것인데 우리 집의 경우에는 깔끔한 걸 좋아하는 남편이 반대하고 교수님도 불 때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이다. 또 손 선생님도 외벽이 황토 마감인 건 절대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이신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여쭤보니 당신은 얼마나 자주 오겠냐면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생각대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이제 나의 결정만 남았는데 여기서 그만 혼란이 오고 말았다.


내가 원래 원하던 것도 엄마처럼 누리끼리하지만 정감 있는 황토방이고 아궁이에 불 때는 것도 당연히 기대하며 툇마루와 창호지가 발린 창문까지 더해서 모던하고 간결한 본체에서 다 못 이룬 꿈을 펼치려고 했는데 워낙 내가 줏대가 없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순식간에 뒤집고 말았다.


방사장님은 황토방을 짓는 분이 아니니 구들만 전문가를 데려오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의뢰를 한 것이었는데 아예 새로운 방식의 온돌을 적용해서 지으려고 제안하는 것이다.


주변의 의견을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이 저마다 장단점이 뚜렷한데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이고 건축주가 선택하는 것이니 나의 결정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뭔가 중요한 것을 결정해야 한다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언제나 갈등과 후회를 낳기 때문에 늘 다른 사람의 결정에 묻어가는 걸 즐겨하는데 이건 돈을 쥔 것도, 황토방을 사용할 사람도 나여서 며칠 안으로 마음을 정해야 한다.


추석 전까지 완공을 해주시겠다니 기나긴 추석 연휴를 황토방에서 보내려면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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