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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Mar 20. 2018

다시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이웃집에 핀 홍매화

양평에서 전원주택 생활을 시작한 후 네 번째 봄을 맞고 있다. 새로 지어서 전원생활을 시작하기도 하고 기존의 집을 사서 고치기도 한 이웃들의 얘기를 추려보면 전원주택에 대해 대강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순전히 내 생각이다.


첫째, 집은 크지 않을 것


삼백 평 정도의 대지에 이층 주택을 가진 이웃들은 하나같이 집이 너무 커서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벗어나 주택에 살 생각에 평소 생각하던 꿈을 마음껏 펼치고 싶어서 크게 짓는 사람이 있지만 시골은 흙먼지가 많고 벌레도 많아서 도시처럼 깨끗하게 지내려면 청소가 힘들다.


또 잔디와 밭이 너무 넓으면 혼자 관리하기가 벅차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데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아주는데 아주머니 두 분의 일당 십만 원과 전지 하는 아저씨는 이십 만원이라고 들었다. 여름내 잔디를 관리하려면 여러 번 사람을 불러야 하기 때문에 정원과 밭은 집주인의 체력에 알맞아야 한다.


둘째, 단층으로 지을 것


이층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적고 자주 오지도 않는 손님을 생각해서 방을 늘릴 일은 아니다. 냉난방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꼭 이층을 하려면 계단에 문을 달아서 분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층 집이 보기에 규모가 있고 우람하지만 생활해보면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꽤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족한 수납공간은 다락 등을 활용하면 된다.


셋째, 다용도실을 넓게 할 것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주택으로 오면 주부의 희망사항이 주방을 넓게 하는 것인데 막상 커다란 주방은 역시 관리하기가 힘이 들고 차라리 주방을 줄이고 다용도실을 넓게 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많이 한다.


다용도실은 반드시 북향으로 해야 해가 들지 않아 음식물을 보관하기에 좋다. 시골에서는 저장 식품이 많아서 다용도실이 널찍해야 이것저것 살림을 보관하기에 편리하다.    


넷째, 침실에는 유리창을 작게 할 것


아무리 시스템 창호를 해도 겨울에 유리창에서 나오는 냉기는 오싹하다. 거실은 전면 유리를 하더라도 침실에는 유리창이 작아야 따스하게 잘 수 있다. 인터넷에서 두 면이 통창인 침실을 보고는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시야가 확 트여 시원하지만 겨울에 그 찬 기운을 어찌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커튼을 해도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겨울에 찬바람만큼 싫은 것도 없다.


다섯째, 창고나 차고 등 여유 공간이 있을 것


손바닥만 한 텃밭이라도 농사랍시고 지어보면 온갖 잡동사니는 다 필요하다. 시골은 비닐이나 나무토막, 돌 같은 것도 모아두면 다 쓸모가 있는 법이어서 허드레 공간이 꼭 필요하다. 이런 것도 집 지을 때 미리 궁리해두면 동선이 꼬이지 않아서 편리하다.


여섯째, 욕실은 좁게 할 것


욕조도 필요 없고 큰 욕실은 춥기만 하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으려면 도시가스가 안 들어오는 시골에서는 감당이 어렵기 때문에 샤워실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고 욕실 바닥에 난방을 해도 추운 겨울에는 잘 씻지 않게 된다. 겨울엔 동네 목욕탕이 훨씬 활용도가 높다.


크고 높은 집과 넓은 정원에 반해서 산 집에 살아보면 집주인의 손이 일일이 가야 하고, 추운 겨울을 지내보면 다시는 커다란 집에 안 산다는 말을 한다. 작고 아담한 집에서 힘들이지 않고 살겠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되는데 전원생활이 눈만 뜨면 밖에 나와서 지내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집은 휴식을 위해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집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을 일이 그만큼 줄게 된다.


날씨가 더워지면 슬슬 벌레들이 나타날 것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방충망을 단단히 해둬도 집안으로 들어오는 벌레를 막을 수는 없다. 마당에서 저녁이라도 먹으려면 국그릇에 빠진 나방을 건져가며 먹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불편에도 시골은 좋다. 흙을 만지며 농작물을 키우다 보면 세상 부귀영화가 부럽지 않으니 말이다. 내가 지금 농번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면 다들 한쪽 입꼬리만 올리고 바로 비웃는다.  






늦가을에 심어둔 튤립 구근에서 싹이 올라왔다.
시금치가 다 자라면 이웃들과 마당에서 밥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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