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이트 Apr 05. 2018

매화가 피었습니다.

꽃잎 따서 매화차 만들기

시골살이를 하긴 하는데 콩 농사지어서 메주 띄워 장 만들 정도의 주제는 아직 안 되고 꽃차 좋아하는 다즐링에게서 귀동냥한 대로 매화 꽃잎을 따서 유리 주전자에 우려먹으려고 이제야 꽃이 피기 시작한 매화나무에 다가갔다.


오마나!

꽃차를 만들려고 꽃송이를 하나씩 따는 마음이 어찌나 순결해지는지 단번에 행복해지는 기분이라니! 매화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매화차를 기대하면서 작고 여린 꽃을 소중하게 모았다. 살짝 씻어서 물기가 가시도록 잠깐 말린 다음에 그대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이렇게 얼린 매화차가 말린 것보다 낫다니 귀한 손님이 오시면 꽃잎을 살포시 우려 대접할 것이다.



냉이 된장찌개를 서너 번 끓여먹고 나니 냉이 꽃이 피어버렸고 이젠 쑥이 돋아나서 쑥버무리를 해서 먹었다.





산에서 나는 쑥이 훨씬 보드랍고 향이 좋은 걸 알게 되어 이젠 산쑥만 캐게 되었다. 쑥국과 쑥버무리를 한동안 먹고 나면 키가 훌쩍 커버리는 쑥은 똑똑 따서 쑥개떡을 하면 된다. 다음 주엔 화살나무에서 돋는 홋잎 나물을 훑어서 비빔밥을 해 먹으면 식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며칠 동안만 딸 수 있기 때문에 잘 살폈다가 이파리가 피기 전에 얼른 따야 한다. 머위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랐고 달래도 한 소쿠리 캐왔다. 봄나물을 캐고 손질해서 먹을 생각에 지루한 겨울을 기다렸으니 이제부터 여름을 거쳐 늦가을까지 시골은 말 그대로 축제가 된다.


곧 장터에서 모종을 팔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농사철이 되어 시골 살이가 바빠진다. 집주인의 취향대로 모종이나 씨앗을 심고 거름을 하고 물을 주는가 하면 나무를 심고 꽃도 심어가며 흙과 가까워지는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밭에서 쌈채소가 무럭무럭 자라고 열매가 달리는 즐거움은 해마다 새롭고 재밌다. 땅만 넓으면 콩도 심고 옥수수도 많이 심고 싶으나 욕심을 부리다간 고생이 되므로 조그만 밭에 만족하면서 조금씩만 하기로 한다. 이미 감자는 심었고 4월 중순 경에 땅콩, 옥수수,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쌈채소를 심을 것이다. 호박은 벌써 아파트 베란다의 배양토에서 웃자라 이번 주말에 얼른 밭에 심어야 한다.




농사 실력이 해마다 늘어서 이젠 수확량이 제법 많아지게 되었다. 작년엔 옥수수와 땅콩이 특히 성공적이었다. 날씨도 협조를 해주어야 순조롭게 수확할 수 있음은 작년의 봄 가뭄을 겪으면서 알게 되었다. 모종들이 뿌리내리기도 전에 모조리 말라죽어서 늦게 심은 고추와 오이, 가지를 실패했다.



작대기 같은 묘목을 옆 농장에서 얻어다 심었더니 올봄에 새순이 돋고 살구꽃이 피었다. 돈을 많이 주면 몇 년씩 자란 큰 나무를 살 수 있지만 공짜로 얻은 나무에 만족하려니 남편은 답답한지 키 큰 나무를 사서 심자고 한다. 기다리기만 하면 쑥쑥 자라는 나무인데 시간을 돈 주고 사려고 하는 남편이 나는 오히려 이상했다. 남편은 관리도 잘 하지 못할 거면서 벌레가 끼는 유실수를 심자고 하고 나는 꽃을 볼 수 있는 꽃나무가 심고 싶은데 희망만 내세우지 정작 나무를 사거나 심는 작업을 하려니 엄두가 안 나서 나무 파낸 자리를 작년부터 비워뒀더니 보다 못한 이웃이 불두화 나무를 나눠줄 테니 얼른 캐가서 심으라고 성화이다.


딸들은 다음 주에 마지막 검진을 앞두고 있는 나를 생각해서 시골집에서 오지 말고 라고 한다. 집안일은 나눠서 할테니 아무 걱정 말고 나만 생각하고 있으라는데 남편은 언제 오냐고 목을 길게 빼고 있는 게 눈에 뻔히 보여서 결국 잠깐씩 서울에 다니러 온다. 두 집 살림을 하려니 어느 곳도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어서 마음만 바쁠 뿐이다. 서울 집은 겨울 옷을 세탁하고 여름옷을 꺼내 놓는 등 대청소를 해야 하고 시골집은 텃밭과 꽃밭 손질을 해야 하는데 왔다 갔다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냥 지금은 멍하니 봄을 즐기고만 싶을 뿐 아무것에도 마음이 가지 않는다. 꽃이 저렇게 예쁜데 연둣빛이 저리 고운데 나더러 뭘 어쩌란 말인가!  








작가의 이전글 다시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