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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Mar 27. 2019

영화 '교회 오빠' 시사회 후기

 KBS 다큐 <앎>을 제작했던 PD 철관음님이 두나미스 이관희 님의 이야기를 영화로 완성하였다. 이 모든 일은 네이버 암 카페 <아름다운 동행>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지난 3년 동안의 과정을 85분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이다. 나는 동행에서 다락방 기도회의 일원으로 시사회 초대를 받아 지난 월요일 서울극장에 다녀왔다. 동행의 운영진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난 뒤, 배급사 대표와 이호경 감독 그리고 이관희 님의 아내이자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카다미아 오은주 님과 서울극장 앞 도로 위의 포장마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뒤풀이를 한 뒤 자정이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영화에서는 다큐 <앎>에서 미처 다 담지 못했던 두나미스님의 신앙 고백을 병의 진행과정에 따라 낱낱이 들려주는데 같은 암환자로서 치료 과정마다 느꼈을 고통과 번민뿐만 아니라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시련 속에 쏟아내는 두나미스님의 간증은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나는 처음 암을 진단받고 새벽 기도 가는 길에 교회 십자가 아래에서 눈을 맞으며 '너는 아무 염려하지 말아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내 속으로 울려 퍼진 후,  끝을 알 수 없는 기쁨과 감사에 푹 빠져 성령 충만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완치 진단을 받은 지금은 내가 언제 그렇게 즐거웠나 싶을 정도로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초심은 이래서 지키기가 어려운 법이다.


하나님을 향해 눈물로 부르짖는 기도에도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만 두나미스님의 소식은 동행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나 또한 두나미스님이 어린 딸을 둔 아빠로서 삶에 대한 집착 그리고 저토록 열렬한 신앙과 부부의 뜨거운 사랑이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리라 믿었고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영화 속의 두나미스님은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시련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의 삶이 하나님 앞에 의미 있는 것'이라고 했으며 더 이상 항암이 듣지 않아 회복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는 '하나님과 단절'이 가장 힘들다면서 마치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을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극한의 고통과 인간적인 두려움 가운데서 나온 고백들은 눈물과 함께 가슴 깊이 공감되었다.


양평의 시골집에서 찍은 다락방 기도회의 장면이 영화에서도 나왔다. 비 오는 초여름에 옥수수를 쪄서 먹고 동네에서 산 옥수수를 한 자루씩 싸들고 집으로 갔던 기억 그리고 봄날에 와서 쑥전을 맛있게 먹고 갔던 소연이네 가족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었다. 두나미스님은 영민하고 섬세한 분이고 마카다미아님은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사람이다. 소연이는 얼마나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그런 딸을 두고 두나미스님은 어찌 먼 길을 갔을까..


내게는 두나미스님과 특별한 기억이 더 있다. 몇 년 동안 동행 카페에 내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글로 다 쏟아내고 난 후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었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쥐어짜 내는 추태를 부리던 어느 날 새벽에 마지막 글을 올리고 탈퇴한다며 인사말을 남기는 수정을 하고 있었는데 완료 버튼을 누르기 직전, 두나미스님이 댓글을 다는 바람에 그걸 읽느라 수정한 글이 다 날아가서 그만 탈퇴가 머쓱하게 되었다. 그렇게 동행 카페의 탈퇴를 취소하고 보니 이렇게 영화 앤딩 크레디트에 내 이름을 올리는 감격까지 누리게 되었다.


동행 회원들에게도 시사회 초대를 하면 좋겠다는 대표님의 의견에 따라 카페에 시사회에 참석할 사전조사를 하는 공지가 올라왔다. 많은 회원들의 응원 문구가 이어졌는데 이 역시 닉네임과 함께 영화의 앤딩 크레디트에 올리기로 하는 등 여러 의견들이 모아졌고 5월 16일에 영화가 개봉되어 많은 분들이 관람을 하고 이 영화가 널리 알려져서 믿음 생활과 삶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관희 님이 생의 마지막까지 촬영을 허락한 이유도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그것 한 가지였기 때문이다. 두나미스 이관희 님이 고통 없는 곳에서 편안히 쉬시길.. 그리고 오은주 님과 딸 소연에게도 평안이 있기를 기도하며 영화의 개봉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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