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은 월요일이라 그런지 무척 붐빈다.
여동생에게 어제 만든 반찬을 보내려고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단호박죽, 닭개장을 비롯하여 코다리찜, 황태채무침, 연근우엉조림, 파래무침, 지리멸치볶음이 들어 있다.
간 마늘도 작은 유리병에 얼린 것으로 두 개 넣고 농사 지은 땅콩도 조금 넣었다.
지인이 물에 우려 먹으라고 준, 말린 것들도 그대로 싸보냈다.
박스 무게보다 더 뿌듯한 내 마음이다.
직장 다닐 땐 꿈도 못 꾸던 일인데 집에서 편안하게 쉬다보니 손이 많이 가는 요리도 척척 할 수 있게 되었다.
얼갈이 된장 찌개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해달라기에 데쳐서 얼린 얼갈이로 뚝딱 만들었다.
마침내 순서가 되어 물건을 부쳤다.
어떤 아저씨가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이 많은 사람을 어찌 하냐고 내 담당 직원에게 항의를 한다.
이제 공원으로 산책을 가려는 중이다.
밝은 햇살과 청량한 공기가 동행하니 즐거운 시간이 될 듯 하다.
본격적인 백수가 된 지도 벌써 일 년이고 그 전에 쉬었던 기간까지 보태면 삼 년인데 아직까지 난 출근 안 하는 게 이렇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