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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Jan 11. 2016

주부의 즐거움

우체국은 월요일이라 그런지 무척 붐빈다.


여동생에게 어제 만든 반찬을 보내려고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단호박죽, 닭개장을 비롯하여 코다리찜, 황태채무침, 연근우엉조림, 파래무침, 지리멸치볶음이 들어 있다.


간 마늘도 작은 유리병에 얼린 것으로 두 개 넣고 농사 지은 땅콩도 조금 넣었다.


지인이 물에 우려 먹으라고 준, 말린 것들도 그대로 싸보냈다.


박스 무게보다 더 뿌듯한 내 마음이다.


직장 다닐 땐 꿈도 못 꾸던 일인데 집에서 편안하게 쉬다보니 손이 많이 가는 요리도 척척 할 수 있게 되었다.


얼갈이 된장 찌개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해달라기에 데쳐서 얼린 얼갈이로 뚝딱 만들었다.


마침내 순서가 되어 물건을 부쳤다.


어떤 아저씨가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이 많은 사람을 어찌 하냐고 내 담당 직원에게 항의를 한다.


이제 공원으로 산책을 가려는 중이다.


밝은 햇살과 청량한 공기가  동행하니 즐거운 시간이 될 듯 하다.


본격적인 백수가 된 지도 벌써 일 년이고 그 전에 쉬었던 기간까지 보태면 삼 년인데 아직까지 난 출근 안 하는 게 이렇게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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