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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Jan 17. 2016

시골 생활을 권하며

시골에서 사 계절을 모두 지내고 내린 시골생활의 총정리이다.

지난 가을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다.
배추 모종에는 결국 농약을 한 번 뿌려야 했다.
배추 모종 오십 포기로 김장을 하기는 했다.
여름의 주방은 참으로 흥미진진
소나기가 온 후 계곡에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
농사 지은 땅콩의 고소함이라니!


예상한 대로 겨울이 가장 문제가 다.


이번 겨울은 심하게 춥지 않아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때면 집주인인 부동산에서 전화가 온다.


수도꼭지에 물은 틀어 놨는지, 보일러를 켜놓았는지 확인을 하는데 어쩌다 주말에 안 가는 경우도 있으므로 동네에서 부동산을 하는 집주인과 현관 번호를 공유해서 대신 보일러나 싱크대 꼭지를 켜놓아 준다.


얼어 터지는 경우엔 문제가 커지므로 항상 유의하며 신경을 써야 하니 겨울  시골집은 잘 가지도 않으면서 골머리를 앓게 하는 애물단지가 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낙원이 따로 없었다.


봄이면 꽃대궐의 동네를 산책하며 쑥을 캐서 쑥버무리와 쑥국을 끓여 먹고 여름엔 해가 질 무렵, 던지면 펴지는 모기장을 데크에 펼쳐놓고 그 속에 누워 밤이슬이 내릴 때까지 있다가 집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가을 단풍은 어디 멀리 갈 것도 없이 눈만 돌리면 온 산이 수채화여서 눈 맛이 황홀하고, 밭작물을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하지만 시골 생활이라는 게 밤이면 혼자 있을 때 무서운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온 지네는 세 번 만났는데 남편의 도움 없이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맨 눈으로 보기엔 너무 징그럽다.) 집게로 집어 바깥으로 던지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낮에는 말벌이, 밤에는 나방이 호시탐탐 집안을 노리고 있어서 방충망을 잘 닫고 현관문을 재빨리 여닫는 등 요령이 필요하다.


암 환자인 경우 공기가 좋은 시골 생활을 하고 싶어 하지만 마땅히 연고가 없으면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전망이 좋고 넓은 데크에 방 하나 거실이 있는, 스무 평 정도의 깨끗한 집을 얻어서  보증금 삼천 만원에 월세 사십 만원을 주고 있다.


동네에 내려가면 보증금 일이천에 삼십 만원 정도의  별채도 있다.


용문산 근처라서 계곡을 끼고 펜션도 많이 있는 동네인데 펜션의 독채인 경우엔 월 오십만 원 가까이 비용을 요구한다고 들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 가격은 다를  있다.


셋집엔 기본적인 가전과 가구를 따로 구입해야 하므로 영구적인 귀촌이 아니면 결과적으로는 비용에서 비슷할 것 같다. (나는 필요한 집기를 장만하는데 오백만 원 정도 들었다.)


이삼 년 정도의 요양을 할 목적으로 시골 생활을 한다면 바로 땅을 사서 집을 짓기보다는 시골 동네의 부동산에 나와 있는 집을 빌려서 사계절을 먼저 지내보는 것을 권한다.


펜션은 주말에 사람이 많이 와서 시끄럽고 고기를 굽는 등 단점이 있지만 원하는 시기에만 빌릴 수 있고 몸만 가면 해결이 되는 장점이 있다.


우리 동네의 이웃은 자신의 집 이층에 사람을 들이고 싶어 하는데(별도의 출입이 가능하다.) 가전과 가구가 다 갖춰져 있는 대신 칠십 만원 정도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었다.


밤에 무섭지 않고 짐이 필요 없으니 봄부터 가을까지 지낸다고 생각하면 단열이 잘 된 주인집 이층도 쾌적할 것 같다.    


암환자가 되면 좋은 옷이나 보석보다 그 돈으로 시골 생활을 하는 건 어떤지 심히 간곡해지는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덧붙이자면 나는 결코 부자가 아니다. 아이들이 엄마가 암에 걸려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스스로 알아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해결하고 나는 가계부를 쓰면서 최대한 알뜰하게 사는 방법으로 월세를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시골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느 부자  못지않게 풍요롭고 부유한 마음을 들게 하니 어쩌 널리 권하지 않고 혼자 즐길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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