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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Jan 18. 2016

남편의 감기

이를 어쩌나!


남편이 감기에 걸렸다.


귀찮다.


손톱 밑이 아파도 삼 동네가 시끄러운 남편은 이제 늙어서 더 이상 귀엽지도 않은데 자꾸만 나를 쳐다보며 엄살이다.


흥! 암환자에게 그래 봤자 본전도 못 건진다는 걸 남편은 모른다.


남편이 호들갑을 떨수록 가소롭기만 해서 나는 표정 관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나도 얼마 전에 감기를 앓느라 일주일 정도 고생을 했지만 알아서 약을 챙겨 먹으며 괴로운 티를 내지 않고 넘어 갔다.


그런데 왜 아파도 꼭 금요일 저녁부터 아픈 걸까?


병원에 가라고 하면 될 것을 약  사 와야지, 생강차 끓여야지, 어디가 아프냐고 간간이 물어봐줘야지, 끼니 신경 써야지 귀찮아 죽겠다.   


동남아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첫째도 더위와 과로로 복통이라는데 나 없는 동안 혼자서 죽을 끓여 먹으며 몸을 돌봤다니 어찌나 기특한지.


이렇게 자식은 나날이 독립을 해나가는데 남편은 점점 어린애가 되어 마누라를 부려 먹지 못해 안달이다.


감기가 눈으로 왔는지 남편은 이 시리고 눈물이 자꾸 난다며 벌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항암 부작용인 심한 안구 건조로 일 년 동안 안과를 다니며 안약을 네 가지나 넣던 나에게 남편의 눈물은 그냥 눈에서 흐르는 물일 뿐 일말의 동정도 일지 않는다.


이번엔 코피가 났다고 휴지를 콧구멍에 쑤셔 넣고 또 나를  쳐다본다.


시골집이 추워서 난방을 과하게 했더니 코점막이 건조해져 그렇다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오후까지 낮잠을 실컷 자더니 다섯 시쯤 깨우니까 얼빠진 표정으로 지금이 아침이냐고 묻는데 어찌나 바보 같아 보이던지 하마터면 대놓고 비웃을  뻔했다.


아! 갈수록 맹구 같은 저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아프다고 오늘도 출근을 안 하겠다는데 남편의  엄살떠는 모습을 안 보려면 없는 약속을 만들어서라도 내가 집을 나가야겠다.


시댁에선 삼 남매의 막내로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자란 남편이, 결혼하고는 우악스러운 마누라에게 안 맞고 넘어가면 그 날이 횡재한 날이니 좀 가엾긴 하다.


그래도 우거지 상을 하고 나를 쳐다보면 또다시 주먹이 살그머니 쥐어지는 건 어찌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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