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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 "이제는 야생이다!"

by 화이트

결국 만나고야 말았다.


시골 생활의 마지막 고비인 바로 그것은 뱀이다.


멧돼지가 우리 밭의 지렁이를 먹기 위해 하루 걸러 오기에 그놈의 주요 동선을 따라가다 낮은 돌담 위에 올라갔다.


밭 바깥이 아닌 돌담 안쪽의 밭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초록색의 꽃뱀인 유혈목이를 봤다. 비가 잦은 탓에 서늘한 풀밭에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차라리 편안해 보였다.


다음날 남편과 같이 가보니 사람 소리에 스르르 꼬리를 보이며 우거진 풀숲으로 사라졌다.


밭에서는 고라니와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하고 집안에서는 지네를 잡아야 하며 농사를 지으려면 모기는 애교 수준인 흡혈파리와 상대해야 한다. 방충망이 달린 모자를 쓰고 밭에 들어가야 하지만 매번 중무장하기가 어려워 잠깐 방심하면 피가 맺히고 가려워서 미칠 정도의 괴로움이 여름 시골 살이의 일상이다.


아침에 거실 창의 허니콤 블라인드를 걷으려고 다가가니 눈높이에 지네가 한 마리 끼여있었다. 얼른 블라인드를 걷어올려 가두어서 다음날까지 그대로 뒀다가 남편이 오자 블라인드를 내려서 지네를 꺼내 버릴 수 있었다. 지네를 막으려고 온갖 방책을 다 해뒀는데도 기어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놈인데 제발 손바닥만 한 큰 놈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충격적인 비주얼의 지네를 보면 지렁이는 귀엽기만 하다.


여름이 되면 시골은 본격적인 야생 생활이 시작된다. 날벌레와 지네와 뱀을 이웃처럼 생각하며 공존하는 생활을 못 버티면 도시로 돌아가야 하니 뱃심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귀촌 카페에서 뱀 사진을 일부러 찾아보며 독사인지 아닌지 유심히 보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히면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젠 옆 밭에 갈 땐 반드시 장화를 신고 풀 없는 곳을 찾아서 딛으며 짧게 있다가 바로 나온다. 그렇게 해도 먹파리 또는 샌드플라이라고 하는 흡혈파리에게 얼굴을 열 군데 넘게 쏘여 가려워 미치는 줄 알았다.


소소하게 짓는 텃밭이라 농작물이 많지 않지만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온갖 물것에게 물려가면서 수확하는 데다가 이젠 뱀에 물릴까 떨면서 하는 농사가 되었다. 낭만을 찾아 시골 살이를 시작했는데 낭만은 개뿔! 야생이다.


그냥 보면 낭만적인 전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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