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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 살림은 돈이 힘들다.

by 화이트

시골집을 장만하고서 몇 년이 지났지만 모든 살림살이를 두 개씩 갖추는 게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 소모성 가전인 경우엔 때가 되면 바꿔줘야 하고 아파트에서 같이 사는 딸들의 새로운 요구를 들어줘야 하니까 그러하다.


아파트엔 그동안 전기밥솥과 청소기가 없었다. 밥솥은 오래되어 고장이 나고 청소기는 아파트보다 넓은 시골집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남는 게 시간뿐인 나의 노동력으로 부족한 가전을 대신했을 따름인데 두 집 살림에 집안일이 힘에 부쳐 자꾸 푸념을 하게 되었다.


딸들은 진작부터 건조기와 식기세척기를 사자고 졸랐지만 좁은 집에 이고 있을 순 없다고 버텼다. 생활비를 쪼개서 사기엔 매우 비싼 제품이라는 사실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꽃을 키우며 살다 보니 나는 점점 더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딸들은 그런 나를 마치 시대를 거슬러 사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청소기 없이 손걸레질로 청소하고 조그만 압력솥에 때마다 밥을 하며 사는 생활도 괜찮지만 이젠 좀 지치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누군가에게 잘 지내냐는 인사를 하면 요즘 같은 때에 잘 지내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하더니 정말 한번 가라앉은 마음이 올라올 줄 모른다. 시골 생활이 좋다고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농사가 익숙해지니 힘들다는 얘기 밖엔 할 게 없다.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두 집 살림을 꾸리기 위해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돈이 들어간다.


한집 살림하면서 맞벌이하던 시절엔 돈 걱정을 해보지 않았는데 시골집을 건사하려니 갈수록 생활에 여유가 없어진다. 특히 남편은 예전엔 옷도 잘 입고 차를 바꾸던 얘기를 자주 한다. 그 시절이 좋았다며 한숨을 쉬는 남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올해는 남편이 좋아하는 땅콩을 네 두둑이나 심어놨는데 뭔 걱정이냐는 말로 위로를 했으나 식기세척기까지 사자는 말에 남편은 또 한숨을 쉬었다. 일단 청소기는 샀고 건조기도 살 생각이다. 밥이 맛있게 된다는 비싼 전기밥솥은 여동생이 사서 보냈다.


아파트는 도배를 했으나 시골집의 페인트칠이 기다리고 있다.


두 집 살림은 돈이 문제다.


처음 심어 본 장미
장미밭
불두화
꽃나무 아래에 관엽식물을 심으면 조화롭다.
완두콩을 곧 먹을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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