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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Jan 21. 2016

데크의 공포

시골집의 겨울 공포

낮 동안 햇빛을 받았던 데크의 나무가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 수축하면서 새벽까지 노크 소리를 낸다.


"똑똑"


칠흑같이 어둔  시골집에는 아무도 올 사람이 없는데 창 밖에선 누군가 문을 열어달라는 듯 연신 뚜둑 거리면서 소리가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창문을 향해 "누구세요?"라고 외치게 된다.


멋도 모르고 시골집에서 혼자 자다가 나는 이불을 손에 쥔 채로 일어나기를 몇 번 하고 나니 간담이 서늘해져서 다신 혼자 잘 생각을 못 하게 되었다.


그러니 주중에 지인들이 놀러 올 때만  시골집에 있다가 그들이 돌아갈 때면 집주인인 나도 따라 가려고 일어서는데 그게 그렇게 웃기는 일이었던지 손님들은 배꼽이 빠져라 폭소를 터뜨리는 게 나는 오히려 어리둥절했다.


주인 노릇을 못하고 있는 한심한 내가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시골집은 하나 있으면 바람 쐬러 휭하니 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가서 쉬다 올 수 있고, 가끔 사람들이 모여서 놀기도 그만인데다 멀리 여행 갈 필요도 없어서 남편도 일 년이 되고 나니 드디어 나의 결단에 잘 했다고 인정하는 말을 했다.


이 좋은 노릇을 다른 사람들은 왜 안 하는지 이유야 많겠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전원생활에 대한 꿈이 있었다.


직장 생활이 힘이 들 때면 언제나 은퇴 후에  세간살이를 싣고 시골로 이사 가는 장면을 떠올리며 견디곤 했으니까.


시골에 지내면서 가장 좋은 시간은 해질 무렵이다.


아침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마당에서 먼 산을 바라보며 체조를 할 때가 가장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해가  서산마루에 슬쩍 넘어가고 어둠이  몰려오기 전까지의 시간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멍하니 넋을 놓고 그 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집중한다.


그 한 시간 남짓  짧은 순간을 즐기려고 시골 생활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파트에서 맞이하는 해 질 무렵은 견디기 힘들었다.


전셋집은 위치며 전망이 무척 좋고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깨끗하기도 해서 지내기엔 크게 불편한 점은 없지만 아무래도 내 집 같은 애착은 없어서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사놓은 땅도 있겠다, 남편은 시공 기술사겠다, 집을 지을 돈도 충분하진 않지만 장만해 놓았는데 그래도 막상 집 짓기는 쉽지 않다.


이미  마음속에서 여러 채의 집을 세웠다 부쉈다를 반복해왔지만 이제야 알겠다.


성공적인 집 짓기는 '양심적인 업자 찾아 삼만리'라는 것을!


이 과정을 거치기 위해 또다시 여러 업체를 방문하고 실제 집 지은 것을 보러 가고 견적을 받아 보는 일련의 순서를 거쳐야 하니 내 집 짓기는 언제쯤이나 가능할지 남편은 무조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진행하자는  말 뿐이다.


이론에만 밝고 도대체 꼼꼼하기만 해서 추진력이 없는 이 남자와 사는 동안에 내 집을 가져볼 순 있을지,  그놈의 시공 기술사라는 알량한 자존심은 좀 내려놓고 허름해도 좋고 단칸이라도 좋으니 제발 내 집 마당에서 해질 무렵에 멍하니 앉아 있게 되기를 나는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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