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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Jun 28. 2023

당뇨식을 시작한 지 어느새 일 년이 되었다.  

딸이 하는 자연식물식과 함께 했던 시간

대사 질환인 당뇨 전 단계를 진단받고 식이를 바꾼 지 일 년이 넘었다. 처음엔 보리밥이 좋다는 에 집에 있던 보리쌀로 밥을 해 먹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찰보리여서 모든 곡식 앞에 '찰'자가 붙은 건 안 된다는 걸 검색 후에 알았다. 뭘 먹고 뭘 안 먹어야 하는지 몰라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지금까지 오고 보니 지난 일 년동안 널을 뛰던 혈당 수치와 허우적거린 세월이 아득하기만 하다.


자가면역질환 피부병인 건선을 앓던 딸은 비슷한 시기에 자연식물식을 시작해서 한결같이 엄격한 식이를 지켜나가고 있다. 든든한 파트너이자 함께 힘을 모아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데 서로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만든 나물 서너 가지와 딸이 만든 새로운 채식이 만나 다채롭고 지루하지 않은 식탁으로 채울 수 있으니 아무래도 딸들의 독립은 조금 더 늦춰야 할 것 같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크게 바뀐 식습관이라면 거의 모든 가공 식품을 끊고 집에서 리한 음식으로 세끼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콩을 섞은 현미밥과 나물과 쌈채소 등 같은 음식을 며칠마다 돌려 먹어도 항상 맛있는 건 자극적인 입맛에서 소박한 입맛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름과 간장 등의 양념을 줄이니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불평하던 남편이 이젠 싱거운 국과 나물을 그러려니 하면서 먹는다. 전보다 반찬이 많고 새로 한 나물이 끊임없이 식탁에 올려지니까 남편도 자연식물식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식비는 고기를 먹었던 예전보다 지출이 더 늘었다. 아침에는 과일을 먹는 딸을 위해 서너 가지의 제철 과일을 늘 채워둬야 하고 샐러드를 먹는 나는 사야 하는 채소의 종류가 많아서 시장을 날마다 보러 가야 한다.


늘 먹던 현미채식이 여름이 되자 지루해져 갈 즈음 딸이 새로운 요리를 선보였다. 두유 요구르트를 만들어 거기에 오트밀을 넣고 단호박, 바나나, 블루베리, 코코넛 등 열 가지쯤 되는 토핑을 얹어 냉장고에서 몇 시간 불리면 불 없이 먹을 수 있는 오나오(오버나이트 오트밀)가 되는데 모양도 맛도 훌륭한 건강식이었다.


요즘은 콩물을 만드는 기계를 사서 서리태와 병아리콩, 견과류를 넣어 간단히 콩물을 만들어 먹는데 거기에 현미국수를 삶아서 넣으면 건강한 콩국수가 된다. 더운 여름에는 한 끼 먹을 수 있는 대체식으로 몇 가지 개발해야 외식도 안 하는 우리 집은 세끼를 집에서 먹을 수 있다.


통곡물과 고구마, 감자 등의 복합 탄수화물, 콩이나 두부의 식물성 단백질, 과일과 채소로 이루어진 식이섬유 풍부한 자연식물식을 하면 가볍고 산뜻한 몸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조금 부족한 듯이 먹는 식사량 그리고 적당한 운동까지 더하면 활기찬 일상을 보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사람마다 집착하는 음식이 달라서 혈압약을 먹는데도 우울할 땐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는 사람이 있고, 탄수화물을 줄여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건 모두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막걸리를 유난히 좋아하는 어떤 당뇨환자는 하루에 한강변을 이만 보를 걷고 인증을 보여줘야 부인에게 막걸리 한 병을 허락받는다고 한다. 이처럼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고 따라서 참아야 하는 음식이 다르지만 그걸 절제하는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일 년을 해본 끝에 당뇨식은 당류과 탄수화물만 줄이면 되는 쉬운 식이인데도 그걸 너무 좋아한 탓에 힘들었다. 단맛은 참을 수 있었지만 탄수화물을 절제하지 못해 내려갔던 수치가 다시 오르는 경험을 했다. 내게 허락되지 않는 것을 탐하는 마음을 내려놓자 운동과 식이를 강박적으로 하던 마음이 가라앉고 즐겁게 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꾸준히 실천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살찌지 않고 활력이 넘치며 피로하지 않은 일상은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던 것이다.


딸은 건선에서 탈출하여 하루하루가 행복한 모양이다. 시골집에 상추를 뜯어오라니까 고라니가 먹어치운 형상으로 몽땅 분질러왔지만 장마 지나면 녹을 상추라서 이젠 원 없이 먹었던 상추를 사 먹어야 할 판이다.


지난 주말에 딴 살구


       

바나나 오트밀 아몬드가루로 만들어 본 빵 (왜 밀가루로 빵을 만드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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