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과 수요일이면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주민센터에 라인댄스를 배우러 간다. 지난 4월부터 초급반에 등록해서 석 달째 다니는 중인데 스텝 위주의 춤이라 외워야 하는 발동작이 많아서 처음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미처 따라가지 못한 동작은 집에서 연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일인가 싶어서 해보진 않았다. 한 시간 반 동안 수업에만 집중해도 그럭저럭 할 수 있었던 것은 십여 년 전까지 가끔 다녔던 에어로빅 덕분이었다.
라인 댄스에 오는 회원들은 주로 60대에서 70대의 여자분들인데 유일하게 남자 회원도 한 명 있긴 하다. 에어로빅을 오래 하다가 무릎 관절 수술을 하고 온 분은 동작이 좀 더 큰 편이고 스포츠 댄스를 길게 했던 분들은 살짝 느끼한 춤사위를 보인다. 나는 댄스보다는 운동 효과를 기대하며 다니는 초보 회원이라 우아한 몸놀림이 아닌, 씩씩하게 하는 편이다. 강사는 나처럼 뻣뻣한 회원들의 동작을 보면 춤의 느낌을 살리라는 주문을 한다.
스텝, 박자, 리듬감이 필요한 라인 댄스는 노년에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골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라틴 음악에 맞춰 수십 명의 회원들과 강사의 애플 힙을 보며 열심히 추다 보면 세상 시름을 잊어버리고 즐겁기까지 하다. 스텝을 완전히 익히고 나면 자연스럽게 팔도 흔들게 되고 나름의 신명을 더해서 느낌대로 춘다.
쉬는 시간이면 회원들끼리 삼삼오오 가벼운 수다를 나눈다. 어떤 분이 나에게 다닌 지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서 4월이라고 대답하니 작년부터냐고 했다. 나는 맨 뒤에 서서 하는데 뒤를 도는 순서가 되면 졸지에 맨 앞 줄이 된다. 이제 처음 시작한 신입인데 나의 스텝을 보고 따라 한다는 두 회원의 말이 기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했다.
"제가 쓸데없이 신명이 많아서요. 노래와 춤은 신명이 반이잖아요!"
이렇게 겸손한 척 대답을 했지만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모처럼 자랑거리가 생겨 떠드느라 바빴다. 이젠 잘하는 게 별로 없는 쓸쓸한 처지에 그나마 젊은 축인 내가 좀 더 잘한다니 어찌나 기쁜지 몰랐다. 그다음 날부터 나는 티브이로 유튜브를 틀어 놓고 새로 시작한 작품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A Piece of My Love>인데 다른 춤보다 어려운 수준이라 여러 번 반복해서야 완전히 습득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은 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무한 반복으로 추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이 되고 동시에 작품 연습도 되고 게다가 재미까지 있어서 신통했는데 나를 이렇게 춤추게 한 것은 당연히 다른 회원들이 해준 칭찬 덕분이었다.
예습 복습 따윈 학교 다닐 때부터 안 했고 당일치기가 기본이었지만 이제 와서 남들이 나를 보고 따라 한다니 부담감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공부를 해가는 모범적인 회원이 되었다. 망사로 된 댄스 옷도 사야 하나 슬슬 고민이 된다. 굽이 나뉜 라인 댄스 운동화도 아직 장만을 안 해서 실내용 운동화로 버티는 중인데 찰랑거리는 댄스 원피스를 입고 붉은 꽃을 가슴에 달아 정열적인 라틴 여인으로 변신하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