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40
댓글
12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화이트
May 10. 2024
비 오면 꽃 옮겨 심는 날
온종일 비 맞으며 마당일해도 재미있는 이유
지난 연휴에는
이틀
동안 비가 와서 벼르던 마당일을 시작했다. 꽃잔디가 주차장의 자갈밭까지 번져서 분홍색 꽃밭에 주차를 하는 호사를 누렸다.
몇 주 동안 피어 있던 꽃잔디가 지고 나자 그 옆의 낮은 돌담 아래에 풀이 수북하게 자라 몇 년 동안 벼르기만 하던 <돌담 아래 꽃잔디 심기>를 시작했다. 꽃잔디도 잔디처럼 가끔씩 잘라주어야 속의 것이 누렇게 마르지 않고 잘 자란다.
주차장으로 번진 꽃잔디
아침을 먹은 뒤, 가랑비를 맞으며 시작한 일은 점심때가 되어서 끝이 났다. 내가 혼자서 돌담 아래의 잡초를 없애고 주차장의 꽃잔디를 옮겨 심을 동안 남편은 주변의 풀을 다 뽑는다고 조용하다. 그래봐야 한 달 뒤면 다시 자랄 텐데 소용없는 짓이지만 말리진 않았다.
뽑은 풀은 돌담 위에 두고 꽃잔디를 심었다.
비가 오면 풀 뽑기가 수월하다. 땅이 축축하여 뿌리를 살살 흔들어 잡아당기면 끊기지 않고 쉽게 뽑힌다. 꽃을 옮겨 심어도 잘 살기 때문에 봄에는 비가 와도 쉴 틈이 없다.
우리 집 뒤로 집이 여러 채 들어섰기에 이웃들의 차가 지날 때마다 수북한 풀이 미안했는데 요즘은 이 집주인들이 일을 좀 하는 걸로 볼 것 같아 떳떳하기까지 하다. 집의 경계 밖으로 뻗은 나뭇가지들을 잘라주는 것도 잊지 말고 신경 써야 한다.
마당의 가장자리에 나무를 심고 몇 년 지나면 나무가 자라 그늘이 생긴다. 그러면 나무 아래의 잔디는 햇빛을 못 받아 죽게 되고 그 자리엔 이끼와 잡풀이 차지해서 잔디 마당으로 사정없이 밀고 들어온다.
잡초가 점령한 마당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 벽돌과 돌로 경계를 짓고 나무 아래에는 마른 낙엽을 온통 덮어 두는 방법으로 풀을 억제해 보기로 했다.
벽돌로 테두리를 두른 뒤에 마른 풀로 덮었다.
주차장의 풀 뽑는 일을 끝낸 남편이 집 안으로 들어가 비에 젖은 몸을 말릴 동안 나는 마당 작업까지 마치느라 점심시간이 지난 지도 모르고 있었다. 마침내 목표했던 일까지 모두 끝내고 나서 남편에게는 국수를 말아주고 나는 상추 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마당일은 하고 나면 눈앞에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일을 하면 엄청나게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무리하면 손가락이 아프고 무릎과 허리가 쑤시기 때문에 일을 봐도 미룰 수 있어야 한다.
시골 일은 적당히 조절하는 요령이 없으면 골병들기 쉽다. 꽃밭에 엎어져서 쭈그리고 앉아 꽃집사 노릇에 미치면 관절 나가는 줄 모른다. 심고 싶은 꽃은 많고 해마다 이리저리 옮겨 심다 보면 흙투성이가 되어 땅을 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옮겨 심은 삼색 비올라
안 해보던 농사를 쉬엄쉬엄 놀아가며 해야 몸이 상하지 않는데 막상 일을 해보면 중간에 그치기가 쉽지 않아 요것만 마저 하고, 하는 김에 저것도 끝내고 이러다 보면 다치거나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
누가 시키면 못할 텐데 내 집의 마당이니 온종일 비를 맞아도 재미가 나서 일을 찾아 하게 된다. 밤에 누우면 내일은
요리조리
바꿔봐야지 구상을 하며 얼른 날이 밝기를 기다리면서 잠이 드는 시골집은 일이 끝이 없다.
시골 살이가 은퇴해서 시작하면 늦은 이유도 텃밭과 마당이 자리 잡기까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데 몸이 어느 정도 건강해야 지치지 않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 오면 산책을 하며 책도 읽고 취미 생활을 해보려고 했던 사람들은 시골집의 일이 많아 그림을 그리려고 온 사람은 붓을 한번 잡아 보지 못했다는 한탄을 한다. 마음에 드는 땅과 집을 찾아 벼르기만 하다 십 년 세월이 지나버려 실행을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시골집이라서 게을렀던 남편과 나도 어쩔 수없이 봄이 되면 마당을 쏘다니며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 슬슬 재미가 있다. 이처럼 십 년 세월은 사람을 바뀌게 하고 시골집도 아늑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비온 김에 고구마 모종 한 단을 심었다.
비 그친 후의 마당
keyword
마당
잔디
꽃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