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싹을 보며 기다리는 설렘
옆집은 작년 여름에 입주하여 이번 봄이 전원주택에서 맞는 첫 번째 봄이다. 우리 집은 열 번째의 봄을 맞이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지난 주말엔 이웃집의 퇴비를 우리 집과 옆집이 열 포씩 얻어오려고 옆집의 차를 부탁했다. 트렁크가 크고 넓은 산타페에는 이십 킬로의 거름 열 포가 한 번에 거뜬히 들어간다. 혼자서 들면 지저분한 퇴비 포대를 안고 옮겨야 하지만 남자 둘이서 마주 드니 세상 수월하게 옮길 수 있었다.
해마다 남편과 내가 하던 일을 옆집과 함께 하니 얼마나 좋던지 그날 저녁엔 우리 집에서 닭백숙으로 함께 식사를 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옆집의 지인 부부는 다정하고 적당히 무심해서 서로 성가시게 하지 않고 잘 지내는 중이다.
과일나무가 많은 우리 집은 또 다른 마을 이웃에게 열 포를 더 얻어 나무마다 거름을 부어주었다. 유실수는 3년 이하는 반 포대, 그 이상은 한 포대의 거름을 넓게 덮어주어야 한다. 살구, 자두, 복숭아, 사과, 체리, 블루베리, 앵두, 대추나무에 골고루 뿌려주었다. 앞집 어르신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과일을 많이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벌써 과일나무에 약을 치셨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남편은 농약값을 드려야 하지 않냐고 내게 물었다.
옆집은 겨울 동안 집들이를 몇 차례 했는데 오는 사람마다 이렇게 좋은 곳에 어떻게 집을 지었는지 묻고 단열이 잘 되어 집이 더울 지경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반짝반짝한 새 집을 지어 방학 동안 지내면서 무척 행복해하는 옆집을 보니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겨울은 추워서 싫고 여름은 벌레가 싫은 시골살이 고수가 되었다.
요즘은 바닷가 살이를 다시 꿈꾸고 있다. 산골에서 살아봤으니 신선한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겨울에 춥지 않은 남해안으로 가보려 하는데 남편이 은퇴를 하고 고속 열차가 연결되는 5년 정도 후의 목표이다.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나니 산골살이가 몇 해 남지 않아서 봄은 항상 좋지만 더 아껴가며 꽃놀이와 텃밭놀이를 하고 싶어졌다.
뒷마당의 꽃밭을 텃밭으로 바꾸고 꽃을 앞마당으로 옮기는 작업을 다음 주부터 해야 한다. 이웃 마을에서 파는 메주를 사다 놨으니 장 담그기도 해야 하고 남편은 파쇄석으로 덮어놓은 주차장을 벽돌로 꾸미려고 하는데 다음 달에 현장이 끝나면 한가해진다니까 뒷마당의 텃밭에 흙을 채우는 작업도 함께 하려고 한다.
부지런한 옆집 부부는 아마도 우리보다 더 열심히 농사를 짓고 정원을 가꿀 것이다. 아파트 싱크대의 개수구를 셀프로 교체했다는 옆집의 얘기를 듣고 나도 이십 년이 넘은 우리 아파트의 지저분한 개수구를 동영상을 보며 새로 바꿨더니 속이 다 시원했다. 깔끔쟁이가 옆집에 살면 나도 깨끗하게 살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시누이와 장 담그기를 하고 봄맞이 마당 정리와 틀밭 없애기를 했다. 메주가 장독 안에서 소금물에 둥둥 뜨지 않게 하는 게 장 담그기의 포인트인데 생각보다 어렵다. 장독이 가운데가 넓어서 대나무로 막아도 그 사이로 메주가 빼꼼 나오기에 이번에는 손끝 야문 형님을 초빙하여 실패 없이 할 수 있었다.
틀밭은 앞집 어르신이 없애는 편이 밭을 넓게 쓸 수 있다고 하여 사부님의 말씀에 바로 벽돌을 치웠다. 시누이와 남편이 치운 벽돌로 밭의 위쪽에 낮은 담을 쌓아 정리도 되고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시골에 오면 힘이 펄펄 나서 아침 일찍 마당과 밭을 누비며 일하는 시누이를 보고 옆집 지인이 놀라 문자를 했다. 시골 체질이신 것 같다면서 게으른 우리 부부만 보다가 맹렬하게 일하는 시누이를 보니 놀랄 만하다.
시골은 이제부터 축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