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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Mar 12. 2016

인생, 너 정체가 뭐니?

나는 인생이 참 궁금했다.


조숙한 편이었던 터라 중학생 때부터 삶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는 왕성해서 앞으로 펼쳐질 멋진 미래를 생각하면 숨이 가빠오고 흥분이 되어 간혹 숨을 헐떡거리기도 했다.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삶이 쓰여있는 소설을 읽는 수밖에 없었다.


책 속에 푹 빠져 표지가 너덜너덜 닳아 빠질 정도로 읽다 보면 사랑이 어떤 것인지 어슴푸레 짐작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들을 보며 내 삶의 그림들을 희미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나도 열렬하게 꿈꾸던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는 동안, 잔뜩 기대하며 기다렸던 인생의 멋진 순간들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힘들게 애써야 하는 세월은 그보다 훨씬 길었다.


직장과 집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했고 휴식보다는 과로가 주된 나의 상태였다.


결혼 생활은 인생의 달고 짜고 매우며 시큼하고 씁쓰레한 온갖 맛의 향연이 펼쳐진 뷔페식당 같았다.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시간은 달았다.


하지만 어린 아기를 돌보며 집안일과 직장을 병행하는 건 짜디짠 땀의 대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체로키 인디언처럼 현명하고 추장처럼 무서웠던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세월은 땡초처럼 매웠다.


주말부부로 살며 남편을 손님처럼 맞이하는 시금털털한 시간도 있었다.


가끔 직장 상사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주는 시집 식구와의 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속에서 올라오는 쓴 물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  


'아! 이건 내가 그토록 꿈꾸던 인생이 아니잖아'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주 불평을 하고 화도 잘 내고 우울했다.


남보다 업무를 깔끔하게 끝내고 싶은 욕심에 야근을 하고, 퇴근하면 집안도 반짝거려야 하고, 시집 식구에게 인정도 받아야 하니 나는 내 건강을 땔감삼아 활활 불태우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드디어 암에 걸리게 되자 나를 구속했던 모든 것에서부터 자유로와졌다.


지금 하루하루가 축제이며 소풍 같은 기분으로 산다.


길을 걸을 때도 기쁘고 가만히 누워있어도 즐겁다.


이젠 내게 아무도 무엇을 하라고 바라지도, 왜 그랬냐고 타박하지도, 더 잘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


야호! 만세다~


오십이 된 이제야 십 대 때 막연히 기대했던 멋진 미래가 현실이 되었고,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평범하지만 믿기 어려운 말을 이젠 틀림없이 믿게 되어 다른 사람에게도 이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암에 걸리시란 얘기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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