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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Mar 16. 2016

일억으로 작은 집짓기

바야흐로 집 짓는 계절이다.


나는 암에 걸리자 양평에 150평의 땅을 사서 농사를 짓고 근처의 단독주택에 세 들어 살았다.


그런데 집주인은 이제 집을 팔려고 내놔서 집을 보러 사람들이 자주 온다.


빨리 집을 지어야 하는 이유가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일 년 전부터 여기저기 눈동냥하며 발품을 팔던 결과가 어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동네 목수부터 시작하여 규모가 있는 건설회사까지 만나보았지만 스무 평 이하의 주말 주택을 지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딱히 이거다 싶은 마땅한 업체를 만나지 못해 세월만 흘렀다.


시공기술사인 남편은 자신이 은퇴한 다음에 잘 지어보자고 나를 달랬지만 진격의 내가 그러면 혼자서라도 짓겠다고 하여 가장 싸고 작게 지을 수 있는 흙집까지 알아보았다.


그렇게 속으로 애를 태우고 있을 때 거짓말처럼 내 앞에 딱 나타난 분이 계셨으니 커피 마시러 우연히 들른 우리 동네의 카페 겸 공방을 운영하시는, 건축가인 교수님이었다.


그분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 우리 집은 너무나 규모가 작아서 부탁할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는데 켈리그라피 작가이기도 한 그분의 부인이 굳이 내 손을 이끄시며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주겠다고 친절을 베푸셨다.


남편보다도 헌 집을 수리하며 다녔던 자신의 경험이 오히려 도움이 될 거라며 남 일도 그냥 못 보고 지나치는 성격이라고 하시는데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얼마나 속으로 웃음이 났는지 모른다.


 나는 서울 집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집을 빨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벌떡 일어나 옷을 주워 입고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는 그분들을 만나러 양평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교수님이 요즘은 한가하시다며 연필을 들고 나의 요구 사항을 메모하기 시작하시더니 작더라도 따뜻하고 내실 있는 설계를 해보시겠다고 흔쾌히 응하셨다.


나는 나대로 일억으로 작은 집짓기 과정을 브런치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전원주택은 대부분 성공한 서울 사람들이 은퇴 후 짓는 것이라 넓은 대지에 우람한 집이 많아서 우리 같은 서민들은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고, 스무 평 이하의 작은 집은 지어주려고 하는 업체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동네에서 개인적으로 짓는 업자들의 주택에 가보면 깔끔한 걸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과 한참 거리가 있어서 내키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집은 내 평생에 못 짓는가 싶었는데 마치 숨바꼭질하다가 나타난 것처럼 마땅한 분이 나서서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설계 과정이긴 하나 ALC공법으로 18평 규모로 방 하나 화장실 하나의 주말주택을 일 억 예산 안에서 짓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 과정과 결과를 앞으로 여기에 올릴 것이며 올여름은 시원한 새집에서 지내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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