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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Mar 21. 2016

작은 집짓기 - 설계

봄기운이 따스하게 퍼지는 시기에 맞춰 밭의 밑거름을 하고 이제는 제법 자란 쑥과 냉이를 캐러 시누이와 함께 양평에 갔다.


남북으로 긴 사각형의 밭에 거름을 하려니 먼저 집이 어떤 위치에 놓일지 파악을 해야겠기에 공방으로 찾아갔다.


방 하나 거실 하나의 18평 집이라 나중에 증축을 고려해서 북쪽으로 바짝 붙이지 않고 방 하나 정도 들어갈 공간을 비우는 게 어떻겠냐며 교수님이 제안하셨다.


그건 우리 부부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한낮의 햇빛을 피해 있기도 좋고 나중에라도 방을 더 놓으면 실용적인 집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남쪽이 차가 다니는 길이라서 집 뒤편의 숨은 공간은 사생활 보호에도 효과적일 것 같아 의외의 발상에 과연 전문가는 다르다는 감탄을 했다.


현대적이고 간결한 외관에 창이 재미나게 나있고 다락방까지 있는 멋진 집이 나올 것 같아 기대에 한껏 부풀었는데 완공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추석 즈음이나 되어야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목변경 허가가 나려면 한 달 반 정도 걸리고 설계도 여러 번에 걸쳐 수정해야 하며 착공에 들어가면 최소한 석 달 정도는 걸리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자는 말씀에 수긍은 했지만 들뜬 마음을 주저앉히려니까 허브 차를 큰 잔으로 하나 가득 다 마셔야 했다.


밭으로 간 시누이와 우리 부부는 작년에 고랑을 만들었던 윗편 말고 일구지 않았던 아랫부분에 새로 밭을 일궈야 했다.


쇠스랑과 삽으로 흙을 뒤집고 거름을 뿌려 고랑을 다시 일구는데 체력이 달리는 나는 잔심부름만 하고 힘쓰는 일은 작년에 환갑을 지낸 시누이와 남편이 다 했다.


말리는 내 말을 안 듣고 기어이 네 고랑이나 만들더니 목욕까지 다녀오고 나서 시누이는 입술이 부르텄다.



냉이를 데쳐서 무치고, 들깨를 갈아 날콩가루를 뿌려 끓인 쑥국으로 시장을 보지 않고도 봄의 향기가 가득 넘치는 밥상을 차려 먹었다.


장날이라 맛은 없었지만 장터국밥도 사 먹고 금방 튀긴 설탕 묻은 꽈배기도 하나씩 물고 다니며 시장 구경도 했다.


지난겨울 김장하러 양평에 오곤 날 풀리자 처음으로 온 시누이는 봄 재미를 꼬숩게 즐겼다. 


돌아오는 길엔 동네의 농장에서 바로 딴 딸기 한 바구니를 선물로 담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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