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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Mar 23. 2016

작은 집짓기 - 설계 모형

지난 주말에 교수님으로부터 우리 집의 설계를 해보시겠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오늘 기초 도안이 완성되고 모형까지 만드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남편도 무척 궁금한지 출근을 포기하고 함께 양평으로 가자고 한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방으로 들어서자 모형과 평면도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나의 기대보다 훨씬 더 근사하고 멋진 집이 거기에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 남편과 비슷한지 차분하고 꼼꼼한 교수님은 열심히 궁리하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평면도를 보면서 주부의 동선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점을  이곳저곳의 설명으로 자세히 말씀해주셨다.



뭐든지 대강 하고 그저 느낌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형을 보는 즉시 마음에 쏙 들었다.


ALC의 하얀 벽에 지붕은 짙은 회색의 리얼 징크해서 간결하고 산뜻한 외관으로 하고, 내부도 도배를 하지 않고 그냥 회벽으로 하기로 했다.


가급적이면 공사비를 절약하고 낭비하지 않는 선에서 하려고 했으나 싸고 좋은 것은 없듯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오래 두고 살아도 후회 없는 집이 될 것 같다.


남편과 내가 반씩 부담하려고 했던 일 억의 비용은 순수 건축비로 모두 충당해야 할 것 같고, 그 외의 설계비와 허가비, 지하수, 정화조, 조경 등의 비용은 따로 부담해야 하니 아무리 싸게 지으려고 해도 일 억에서 사오천만 원은 더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할 듯하다.


동네에서 저렴한 값에 적당히 지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막노동(!)에게 시집올 적에는 내게도 남다른 포부가 있지 않았겠나?


남편은 예상보다 초과되는 돈 걱정에 한숨을 쉬며 로또라도 사야겠다고 했지만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당신에게 로또는 나를 만난 것인데 인생에 로또가 두 번이나 맞을 것 같아?"


그렇다고 또 끄덕이는 남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설계비는 아끼는 게 아니라는 평소 남편의 소신답게 청구액이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으나  애써 우리 부부는 태연하게 굴었다.


예술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남편의 멋진 말에 나도 크게 수긍을 했는데 차에 앉자마자 한숨을 쉬는 이 남자가 어쩐지 가엾어서 내가 가진 쌈짓돈의 액수를 하마터면 밝힐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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