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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Apr 07. 2016

작은 집 짓기 - 설계 수정하기

가능하면 일 억이라는 예산 안에서 집을 짓기를 원하던 우리 부부는 설계를 조금 수정하기로 했다.


6평의 다락 공간을 포기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암에 걸리고 항암을 하던 첫 해에 영천이라는 곳의 목조주택에 한동안 요양을 한 적이 있어서 전원주택에 지내본 경험이 있다.


그곳에서도 다락이 있었지만 별로 올라갈 일은 없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상상했던 것보다는 효용성이 떨어졌다.


보통 전원주택에 대한 꿈은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는데 천창이나 다락, 벽난로, 흔들 그네 등 아파트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꿈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생활하기에 별로 필요 없거나 불편한 것으로 한번 경험해보면 그것을 깨닫게 된다.


영천에는 벽난로도 있었다.


땔감을 가지러 나가는 것도, 다 타고 남은 뒤에 재를 치우는 것도 좀 지나고 나니 귀찮게 느껴졌다.


사진에 있는 흔들 그네는 내가 원해서 돈을 지불하고 설치했던 것인데 차라리 마당에 벤치가 있는 것이 더 필요할 듯 싶었다.


천창은 브런치에서 전원주택을 먼저 지어보신 분이 필요 없다고 썼다.


별은 나가서 보면 된다며!


투자 대비 효용이 떨어지는 다락을 막음으로써 얼마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직 손자가 없는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락을 꾸밀 마음은 없다.


게다가 19.1평의 좁은 실내라 계단을 따로 설치할 공간이 없어서 당기면 내려오는 사다리를 설치한다던데 아무리 다락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좋은 공간이라지만 직각의 사다리를 오르내리기엔 부실한 나의 하체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여기까지 수정하고나니 당분간 우리가 할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군청에서 토지 용도 변경 허가가 떨어지면 착공에 들어가게 되고 그동안 시공업체로부터 공사비용의 견적을 받아 조율하는 것으로 당분간 건축주로서 역할은 끝나게 된다.


남편이 건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까 나는 자재나 공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상담하는데 막히거나 어려운 점이 없어서 막상 집을 지으려고 보니 막노동에게 시집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딸아이는 6월에 유럽으로 두 번째 여행을 떠나게 되어 그 일정을 짜느라 몹시 설레고 좋단다.


나는 별로 설렐 일이 없다니까 딸이 "엄마는 집 지을 생각에 설레잖아?"라고 말해주어서 "맞아! 내게도 설레는 일이 있네."라며 몰랐던 사실을 깨달은 듯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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