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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May 01. 2016

봄날의 시골밥상

어린 쑥만 뜯어 포슬포슬 쑥버무리를 쪘다.


도토리가루로 탱글탱글한 묵을 쑤었다.


아침에 동네 언덕에서 작은 머위잎을 따와 된장에 조물조물 무쳤다.


나의 특기인 가지나물과 오이무침을 했다.


불고기를 재웠다가 볶았다.


마산에서 온 침조기를 구웠다.


마지막으로 상추 로메인 치커리 등 쌈채소를 뜯어와 한 소쿠리 씻었다.




암카페 아름다운동행의 매니저와 운영진을 시골집으로 초청해서 봄기운 가득한 밥상을 차려드렸다.


음식 솜씨도,  맵시 있는 상차림도 없지만 암환우를 위해 수고하는 그들에게 소박한 밥 한 끼를 먹이고 싶어서였다.



상차림의 유일한 장식은 금낭화 잎으로 수저받침을 한 것이었다.


우리 시누이는 가끔 나더러 차린 것도 없이 사람을 잘 부른다며 칭찬인지 트집인지 모를 얘기를 한다.


잘 차리려고 들면 사람을 어찌 쉽게 부르겠나?


나 먹는 것에 한두 가지만 더해서 부족한 건 그냥 마음으로 보탤 뿐이다.


맘껏 뛰어도 되는 시골집에서 사내아이 셋은 땀을 흘리며 놀고, 어른들은 자정이 되도록 이야기꽃을 피워서 나 혼자 자기 무서운 밤을 덕분에 잘 보냈다.


부족한 음식 사진이 민망하여 잘 차린 지인의 밥상을 허락도 없이 올려본다.




시골 재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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