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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May 16. 2016

작은 집짓기 - 견적이 나오다.

한 달 반 정도 걸릴 거라던 건축 허가가 며칠 전에 나왔다.


그러자 때 맞춰 시공을 맡길 업체로부터 공사 견적을 완성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남편과 나는 지난 주말을 이용해서 양평의 공방 겸 카페로 미팅을 하러 갔다.


설계를 해주신 교수님과 시공을 맡은 방 소장님 그리고 건축주인 남편 이렇게 세 명은 카페에 앉아 거의 두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더니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나는 카페의 안주인인 손선생님과 그늘진 마당에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공에 관련된 전문적인 이야기는 들어도 잘 모를 뿐더러 세 분 모두 무척 꼼꼼해서 지루할 것 같아 나는 딴청을 하다가 남편에게 결론만 들을 수 있었다.


방 소장님은 교수님의 설계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견적과 살짝 변경해서 경비를 줄인 수정안으로 두 가지 가져오셨는데 천만 원이 넘는 차이가 있었다.


다락은 내장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6평의 공간까지 포함한 평당 비용으로 따지니 사백 사십 만원 정도 예상되었다.


방 소장님의 말에 따르면 교수님은 고급 자재만 주로 사용해서 견적을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불평인 모양이었다.


남편은 부대비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일 억 안에서 건축비를 해결하고자 해서 그 수정안에 또 수정을 하려고 들었다.


ALC가 비교적 저렴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며 자신이 아파트를 지으면서 다루어 온 콘크리트로 변경하는 건 어떠냐고 내게 물었다.


습기에 취약한 단점이 있지만 친환경 자재인데다 단열 효과가 뛰어난 ALC를 포기할 수는 없어서 나는 싫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카페와 내실을 ALC 공법으로 지어서 겨울에도 보일러 온도를 16도에 맞춰놓고 생활한다는 손선생님의 말씀도 있고 보니 콘크리트는 하고 싶지 않았다.


여러 페이지에 달하는 견적서를 집으로 가져와 남편은 엑셀 시트로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나더러 입력을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방 소장님에게 아예 파일을 달라고 하지 그랬냐고 하면서도 남편이 불러주는 자재를 하나씩 입력하면서 단가와 수량을 익혔다.


꼼꼼하고 치밀한 남편은 피곤할 법도 한데 다른 업체와 비교를 해보려 여러 시간 앉아서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막상 집을 지으려고 보니 일억이라는 돈이 너무나 부족하게 여겨져서 남편에게 많이 미안했다.


집을 안 지어준다고 원망하고 남편을 닦달할 때는 집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는데 통장에서 돈이 술술 빠져나가기 시작하니 환상은 사라지고 걱정만 남았다. 


우리 부부는 집에 들어갈 예산으로 일억 삼천을 세워놨는데 남편 말에 따르면 거기에 사천만 원이 더 들어가야 한단다.


돈벼락이라도 맞았으면 좋겠다는 남편 말에 내가 올해 가을부터 한 달에 삼십 만원씩 나온다는 남편의 연금보험을 일시금으로 받자고 했더니 그건 안된다며 펄쩍 뛴다.


다달이 푼돈이지만 백세시대임을 고려하여 앞으로 받을 액수를 따지면 일시금의 곱절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남편에게 끝까지 숨긴 나의 마지막 쌈짓돈을 지키려면 이 시원찮은 체력으로 어디 취직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싶은 게 남편의 고민이 깊어갈수록 미안함도 커진다.  


집은 다음 달에 착공하면 추석이 지나야 완공하게 된다.


참, 친정엄마가 부탁하신 황토방도 집 뒷편에 지어야 한다.


불 때는 황토방은 엄마의 소원이기도 해서 본체와는 별도로 짓기로 했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은 다행히 엄마가 내시기로 했다.


황토방엔 창호지 발린 문과 툇마루까지 나의 희망사항이 모두 반영될 것이다.


나만의 사적인 공간이 되고 엄마가 가끔 오셔서 머물게 될 황토방에 대한 기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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