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이트 Jul 25. 2016

차곡차곡 집을 지어요.

드디어 집의 기초작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집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집터가 도로보다 낮고 경사가 있어서 흙을 채웠는데 설계하신 교수님은 집과 정원 그리고 밭으로 세 단계로 차이를 주고자 하신 모양이나 시공하시는 방 소장님은 이단으로 해버렸다.


남편은 전화로만 작업 내용을 전달받고 현장에 가보지 못한 탓에 이번 주말에 가서 보니 정원과 밭의 높이가 거의 일 미터 정도 차이가 나버려 난감해했다.


흙이야 다시 다져서 삼단으로 하면 되나 그렇게 되면 정원에 놓은 지하수 우물 자리가 높이 솟아버리는 문제점이 생긴다.


남편은 거듭 한탄을 하며 현장에 와보지 못하고 다른 일로 바빴던 원망을 하더니 이런 문제가 생길 때 집 짓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라고 했다.


나는 동그란 우물이 높아지면 의자 대용으로 앉아서 쉬는 용도로 하면 되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남편을 달랬다.


보름 동안의 기초 작업이 끝나자 하얀 ALC폼 블록을 실은 트럭이 일요일 아침 일찍 도착해서 집터에다 내려놓으니 금세 벽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가볍고 커다란 폼 블록이다 보니 하루 사이에 벽은 거의 올라가서 그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한창 더울 때지만 다행히 구름이 낀 날씨라서 후덥지근하긴 해도 땡볕은 피할 수 있기에 그나마 작업하기가 수월해 보였다.


오전 열 시에는 냉커피와 냉오디차를 현장에 내가고 오후 세 시에는 차갑게 식힌 수박을 썰어서 커다란 양재기에 담아 남편에게 들려 보냈다.


우리 부부는 주말에만 현장에 와볼 수 있다 보니 있을 때만이라도 이 여름에 남의 집 짓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에게 얼음물이며 시원한 것을 내다 주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다.


이틀에 걸쳐 블록을 다 쌓으면 콘크리트로 다락 작업을 하고 그다음에 리얼징크로 지붕을 덮고 나면 사람들이 그늘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된다고 남편은 내게 설명해주었다.


교수님과 손샘은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들러서 작업을 지켜보시고 블록을 쌓는 과정에서 몇 가지 재미난 아이디어로 선반이며 공간을 만들어주셨다.


참으로 희한한 것이 기초만 해놨을 땐 집 면적이 딱 코딱지만 하게 보여서 저렇게 좁아서 어디 앉을 데라도 있겠나 싶었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벽을 쌓아놓으면 넓어 보인다더니 정말 그랬다.


저녁이 되어 모두가 떠난 현장에서 남편과 나는 옮겨 심은 나무가 죽을까 봐 호스로 뿌리에 물을 오랫동안 꽂아두며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보얐다.



현관을 거쳐서 거실과 화장실, 주방, 다용도실을 지나 안방과 붙박이장을 보고 나니 내 집이라는 실감이 그제야 나면서 다 지어지고 나서 데크에 앉아 커피를 마실 생각을 하니 비로소 설레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어 서울로 오는 길이 막힐까 봐 저녁 늦게 출발하면서 남편에게 "집 지으니까 어때? 좋지?"라고 물어보았다.


남편은 "그럼 좋다고 해야 하지, 뭐라 하겠노?"라며 맥빠지는 대답을 하였다.


요새 다른 집 여자들이 이런저런 일을 벌이고 뭔가를 사들이는 얘기가 나오면 남편은 "그런 약과야. 당신은 집을 저지르잖아. 달라요, 달라!" 이러면서 내 약을 살살 올리는 재미를 들였다.


하지만 내게도 할 말이 생겼다.


전날 캘리 수업을 하다가 나와 나이가 같은 디자인 회사 사장이라는 수강생이 하는 말이 자기는 야산을 하나 사서 꾸미고 사는 게 희망이라고 했다.


지금은 지평에 낡은 농가를 개조해서 주말주택으로 삼 년째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집도 짓고 야산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말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여보! 그분에 비하면 나는 약과야. 야산을 사고 싶대잖아. 그러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알았지?"  






   





작가의 이전글 내 멋으로 써보는 캘리그래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