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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Jul 12. 2016

내 멋으로 써보는 캘리그래피!

공방에서 캘리 수업을 받기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연필로 직선과 곡선을 A4 용지에 그다가 곧 작고 둥근 붓에 먹물을 찍어서 선긋기를 연습하였다.


처음으로 글자를 써볼 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긴장과 설렘인지!


브런치에서 캘리그래피에 관한 글을 찾아 읽어 보면 대부분 처음 배울 때는 써 놓은 글자를 보며 따라 쓰는 수업이었는데 여기 공방 수업은 처음부터 자기의 글씨를 개성대로 써보는 식이어서 세 명의 수강생들은 제각기 필체를 뽐내(?) 서로 다른 모양으로 연했다.


자기 이름을 써보라고 해서 살면서 가장 많이 썼던 글자인 내 이름 석 자를 첫 글자로 열심히 쓰기도 했다.


선생님이 집에 가서 글자를 써보는 연습을 해오라고 하셔서 새 이름, 꽃 이름, 나무이름 등으로 연습을 하기도 하고 짧은 시를 옮겨보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새와 꽃과 나무 이름이 이렇게나 적은 지 놀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쓸수록 한심해 보이는 내 글씨가 문제였다.


자신만의 글씨체를 개발하기도 한 선생님의 글씨는 힘과 서정이 함께 느껴지는데 필력도 멋도 없는 내 글씨는 참으로 한심해서 속상하기만 했다.


눈은 이미 다락같이 높은데 손은 따라가지 못하니 그 괴리감은 좌절을 낳고 한숨을 낳고 신경질을 낳았다.


하루아침에 이루려고 하는 자신이 턱없이 가소로운 건 사실이나 사람 욕심이라는 게 개발 괴발 그려놓은 내 글씨를 보니 울화가 치미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갈등을 하면서도 토요일 오전 9시면 꼬박꼬박 공방에 가서 수강생들과 수다를 떨며 손으로는 열심히 붓글씨를 쓰노라면 선생님이 간간이 주의할 점을 지적해주셨다.


미대 출신의 수강생은 자유자재로 필체를 바꾸어가며 붓을 능란하게 놀려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고, 유일한 남자 수강생은 획의 강약 조절이 안 되어 계속 선생님의 주의를 받았다.


나는 서예를 했던 습관 때문에 글자를 쓸 때마다 아주 애를 먹었다.


그리고 띄어쓰기를 중시하는 습관 때문에 단어 사이의 간격이 넓어서 그것 또한 자주 지적을 받아야 했다.


난 시간에는 선생님이 짧은 문장을 주시며 각자 연습해보고 가장 잘 된 한 장을 남겨놓으라고 하셨다.


두 시간의 연습 뒤에 그럭저럭 완성된 종이에다가 선생님이 빨간 하트를 그려주셔서 우리는 연필로 서명을 한 뒤 파일에 고이 넣어서 집으로 모셔왔다.


마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내 마음대로 안 되고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도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중년의 나이에는 더욱 소는 것을 나는 요즘 느끼고 있다.  


이제 네 번의 수업을 받으면 석 달의 캘리 과정이 끝나게 되고,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시나 글귀를 써서 보관하는 멋진 취미가 생길 것 같다.


그리고 다른 것도 배우려고 한다.


그것은 당분간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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